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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Nov 24. 2022

서점에서 사진 찍는 손님들

"사진 찍어도 되나요?"






독립출판물 행사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30 퍼센트라는 부스 이름이 보였다. 30 퍼센트는 독립출판 잡지 『30%』를 출간하는 팀이며, 이 팀은 망원동 동네서점인 북스피리언스, 아인서점, 작업책방 씀, 책방 사춘기, 헬로인디북스로 구성되었다. 


원래 <서점 손님의 뒷담화>에서 서점 이름을 직접 표시하지 않지만, 『30%』신간호에서 영감을 받아 이 글을 작성하게 되어 서점 이름을 밝힌다. 『30%』라는 제목의 의미는 도매가를 뺀 순수 책방의 수익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주로 동네서점 사장님이 자주 듣는 질문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30%』 최신호의 주제는 “사진 찍어도 되나요?”이다. 나를 포함해서 대형서점에서는 직원들 동의 없이 그냥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에 반해 동네서점에서는 사진 촬영에 대해 허가를 구하는 사람도 꽤 있다. 사진 찍어도 나한테 돌아오는 상업적 이득은 하나도 없는데, 왜 허락을 구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동네서점 내부 촬영을 원치 않는 사장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진 촬영에 대한 글은 블로그에 쓴 적이 있었다.  요약하면, 사장님이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이유와 그럼에도 사진으로 얻는 장점도 많다고 쓴 내용이다. 물론 직접 서점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서점 관련 책과 동네서점 인터뷰를 참고하여 썼기 때문에 현실과 많이 다를 수 있다. 『30%』에서 작업책방 씀 윤혜은 사장님이 사진 촬영에 관하여 이런 의견을 남겼다.


카메라를 들고 책방을 둘러보는 반짝이는 눈빛이 반가운 한편, 사실 사진에 관한 책방 사장들의 입장은 조금 복잡합니다. 우선, 공들여 채운 큐레이션 서가가 사진으로 쉽게 노출되기보다는 손님들이 책방을 좀 더 느긋하게 둘러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따라붙고요(16쪽). 


서점 내부를 촬영하는 건 홍보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책을 구매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 글 "너무 유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에서 동네서점에 손님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이 꼭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언급했다. 인증샷이 많은 '사진 맛집'이 되면 홍보효과가 장난 아니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책 구매율이 높아져야 사장님들이 진정으로 좋아할 것이다. 






사장님이 '공들여 채운 큐레이션 서가'를 마련하며 사람들이 서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는데, 막상 손님들은 인증샷만 찍고 책 한 권 구매하지 않으면, 사장님들의 기분은 어떨까? 


동네서점에서 사진만 찍고 구매는 인터넷 서점에서 하거나, 구매하지 않은 책 내지를 찍는 저작권 침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사진 촬영 금지를 내세운 것도 있지만, 사진 촬영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소홀히 하고 오로지 인증샷 건지기에 혈안이 된 손님들의 모습에 큰 실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아끼는 책들이 누군가에게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빛내 줄 소도구로만 비친 것이, 사장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씁쓸한지 상상해보자.


참고로 나는 서점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기에 사진 촬영을 원치 않는 곳이라면 눈으로만 구경한다. 그렇지만 나도 서점에 방문하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서점 손님이다. 나를 포함해서 서점 손님들은 왜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내 나름대로 알아가고 싶다.






1. 인스타그램 보고 왔어요.


동네서점을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책을 좋아하는 백수가 단골손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네서점 특성상 영업시간이 길지 않은 곳이 많다. 나인 투 식스를 유지하는 직장인도 평상시에는 동네서점에 방문하기 어려운데, 장시간 노동을 하는 직장인,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은 오죽할까? 아마 회사 가는 평일에는 방문할 시간이 자체가 없고, 쉬는 날에는 움직일 기운조차 없어서 못 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서점 사진이다. 서점 계정에서 올린 사진이거나 다른 이용자가 서점에 직접 방문해서 찍은 사진을 보며 만족한다. 언젠가는 꼭 방문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번 휴일(또는 휴가)에는 시간을 내서 가겠다고 약속한다. 친구들과 모임을 갖다가 우연히 해당 지역의 동네서점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동네서점을 간 사람들 중에서 위에 든 예시의 손님들이 많을 것이다.






만약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면, 손님들이 동네서점을 찾을 수 있었을까? 서점 게시물에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꽤 가까운데, 이런 서점도 있었군요”라고 달린 댓글들이 보인다. 즉,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동네 주민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곳 중에서 언론 인터뷰도 많이 한 유명한 동네서점의 경우, 알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있다. 그러나 새로 생긴 신생 서점이나 찾아오는 손님이 손에 꼽는 동네서점이 사진 촬영까지 금지한다면, 서점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데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사진을 못 찍게 하면 글로 설명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시다. 과연 인터넷 게시물을 볼 때, 사진만 보고 건너뛴 적이 없었는지. 


아울러 본업만으로도 지친 사람들이 거리가 먼 동네서점을 굳이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책 구매만 하고 싶다면 침대에 누워서 온라인 서점 앱으로 주문하면 그만이다. 책 실물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가까운 대형서점에서 구경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받으면 된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도를 제쳐두고, 사람들이 동네서점에 방문하는 이유에는 단지 책만 구매하려는 일차적인 것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2. 단지 기록하려고


주로 여성 친구들과 약속을 잡게 되면,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서 만나게 된다. 한창 연애를 즐기는 남자들도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 어디에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잘 안 보이는 곳에 있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카페를 가기도 한다. 이런 카페들은 어떻게 찍든 분위기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어, MZ 세대들에게 '사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당장 나도 분위기 좋은 인기 카페에 가면 바로 인스타그램 앱 켜서 스토리나 게시물로 올린다.


어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문화를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인증샷에 환장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전시한다고 비판한다. 꼭 명품가방이나 유럽여행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몇백 컷을 찍고, 온갖 필터와 보정을 통해 재탄생한 셀카 사진을 올리며 만족한다. 나 자신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잘 드러난다. 





그러나 모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타인을 의식하며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내 기분과 상태를 표시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이 더 많다. 쉽게 말해, 사진 일기를 쓰는 것처럼 올린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책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도 지적 허세를 뽐내고 싶은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간단한 독서기록장 정도로 생각하고 올리기도 한다. 솔직히 전자매체에 익숙해 있는 지금은 아날로그 종이보다 SNS가 더 기록하기 편하다.


손님들은 동네서점을 방문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만약 손님이 여행 중에 해당 지역의 유명 동네서점을 방문한 경우라면, 그는 카메라 앱을 켜고 사진을 찍을 것이다. 직접 본 사람의 눈과 기억이 사진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하지만, 자주 방문하지 않는 이상 해당 서점의 존재는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나마 사진을 보면, 잊힌 과거가 다시 기억나기도 한다. 


다들 컴퓨터로 사진 정리하다가 문득 추억에 잠긴 경험을 하듯이, 손님도 사진을 보면서 동네서점과의 추억을 되감기 할 수도 있다.






앞에 언급한 다섯 곳의 서점은 사진 촬영에 관하여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30%』의 대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책을 판매하는 공간임을 잊지 말고 사진 촬영은 적당히, 친구와의 대화도 조금은 자제하고 책에 좀 더 집중해 주기를 바란다. 더 좋은 책방은 책방지기 혼자의 노력이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니까. (140쪽)


나중에 동네서점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위의 인용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기준이 애매하지만,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남겨줬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30 PERCENT(북스피리언스, 아인서점, 작업책방 씀, 책방 사춘기, 헬로인디북스). "사진 찍어도 되나요?"『30%』.  vol. 3. 2022.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18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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