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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Nov 29. 2023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김상욱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영상을 봤다.


“아이가 어릴 때 미술을 하고 음악을 했던 게 과학을 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안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하겠다고.

음악과 미술을, 과학을 잘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 그게 좋아서 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나… 얘기한다.

우리 아들은 피아노를 친다. 전공으로 치는 게 아니라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데 취미라고 하기엔 과하게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한다. 저게 저렇게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학교 담임선생님께서는 피아노 연습을 덜 했으면 등급이 한 등급은 거뜬히 오르지 않았겠냐는 말씀까지 하셨다.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것뿐 아니라 클래식 전반에 대해서도 무척 박학다식하다. 내가 뭔가를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척척 답이 나온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누구의 어떤 곡인지 오퍼스 넘어 뿐 아니라 구구절절한 것까지 부연설명이 따라 나온다. 클알못인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오케스트라가 운영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1학년 내내 학교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치며 원 없이 연습했을 것이다. 들고 다니면서 연습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어서 아이는 저녁을 굶으며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물론 그것도 다 지가 좋아서 선택한 연습이기는 하다. 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서는 솔로곡을 연주하는 기회까지 얻어 큰 무대에 서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부모로서의 나 역시 아이를 바라보면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음은 물론이었다.

아들의 고 2 생활도 어느덧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난 김상욱 교수가 아니므로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을 테니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이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공부와 입시에 도움이 될까요?”

아마 안되지 싶다. 정말로 물리적 시간을 많이 빼앗겼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주말만 해도 중요한 수학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오케스트라 일정이 주말에 잡혀서 연습을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 한 번만 더 물어봐 준다면….. 정말로 자기가 좋아서 했던 그 시간들이, 정말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한 번만 더 물어봐 준다면 난 그의 손을 붙잡고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아니요 아니요 그게 왜 도움이 안 되겠어요? 한 인간이 자신의 저녁밥과 달콤한 휴식을 반납하고 고스란히 바쳐 연습했던 그 시간들이 왜 도움이 안 되겠어요?”라고.

우리 아이도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데 마침 훌륭한 과학자가 취미로 하는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걸 보게 되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첫 콩쿠르에 나가던 날 떨려서 물도 못 마시던 아이의 모습,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온 가족이 보러 가던 날의 흥분, 나중에 부자가 되면 자기는 좋은 차보다는 그랜드 피아노를 사고 싶다는 아이의 꿈….

피아노 연습이 좋은 과학자가 되는데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좋아서 했던 지난한 연습 과정들과 행복한 추억은 분명 아이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아 그를 보듬어 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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