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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Feb 20. 2024

다정한 홍대리

요즘 여기저기 책과 블로그에서 많이 보이는 단어


 '다정함'


나는 다정하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요건 쫌.....

자신이 있다.


그래서 요즘 육아, 자기 계발, 동기부여 분야에서 많이 보이는 '다정함'이란 단어를 접할 때마다

응? 다정하게 말하는 게 어렵나? 생각하다가 내 '다정'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나 생각해 보았고 그 시작은 나의 첫 직장의 사수 바로 '홍대리' 였음이 기억났다.


평생을 폭력적 부부싸움으로 보냈던 부모님을 보고 자랐던 나는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홍대리가 남편과 전화 통화 하는 걸 가까이에서 듣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우리 회사는 특이하게도 일반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한 스타일이어서 우리 부서는 방 하나에 책상 두 개를 놓고 일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두 책상이 ㄱ 자로 연결되어 있었다. 굉장히 밀착되어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따윈 없었다 ㅎㅎㅎ


홍대리는 목소리도 얼굴도 다 아름다웠고 일도 참 잘하는 배울 점이 많은 상사였다.

그런 홍대리는 그 예쁜 목소리로 너무나 다정하게


"응~ 여보~ 아~ 그랬어? 수고했어~ 그럼 이따가 집에서 봐~~"


세상에!!!


난 부부 사이에 저렇게 다정한 대화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가 경험한 부부사이의 대화는 절대 저렇지 않았다.

무덤덤하면 다행이고 소리나 안 지르면 감사한 게 내가 아는 부부사이의 대화였는데....


저렇게 나긋나긋하게 예쁜 목소리와 말투로 남편과 전화할 수 있다니..... 신세계를 경험한 듯했다.


그리고

나도 나중에 꼭 저렇게 남편과 대화해야지!

라는 생각을 저때부터 했던 것 같다.




얼마 전 큰 아이를 밤늦은 시간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남편과 학교 앞에서 통화하는 걸 아는 엄마가 멀리서 듣고는

"어머~ 아이 아빠랑 통화하시는 거예요? 누가 이걸 듣고 남편이라고 생각해~~~ 연애하는 줄 알았어요."라고 농반 진반으로 말씀하셨다.


20여 년 전 다짐했던 나의 모습이 이만하면 성공적인 것 같다.


다정함이 묻어 나오는 말투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그리고 이젠 연로해서

서로 싸울 힘이 없는지 비교적 잘 지내고 계신

우리 부모님에게도....

오늘도 다정하게

내일도 다정하게



너무 소중하고 좋은 영향을 준, 지금은 연락이 끊긴 나의 첫 직장상사 홍대리 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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