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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군 Jun 07. 2022

불완전한 세계를 향해

<나의 해방일지>를 보다가




 작법서는 이렇게 말해요. ‘좋은 인물에게는 결점과 결핍이 있다’고. 관객은 어떤 인물의 치명적인 단점에서 자기 자신을 본다고. 그 인물이 가진 결점과 결핍이 곧 그의 매력이 된다고.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능력은 있지만 싸가지가 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죠. 그런 모습에서 탈피하는 과정이 토니 스타크의 주된 성장 서사에요.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의 대가를 치르죠. <김씨 표류기>의 정연은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에요. 관객이 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럴 듯한’ 결점과 결핍을 부여하는 거예요. 그게 인물과 관객 사이의 통로가 된다구요.  



 그런데 사람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의 단점에 마음이 가기 시작하면, 정말로 가까워진 느낌이 들잖아요. 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거, 매번 걸려 넘어지는 거, 번번히 넘지 못하는 거…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때. 심지어 그 결여와 상처를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요. 결국엔 우리 모두가 결점과 결핍을 나눠 가진 존재들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1인분의 결핍. 1인분의 상처.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인 , 똑같이 불완전한 타인과 함께, 여전히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아가요.  불완전함에 순응하지 않고,  쉽게 냉소하거나 미리 포기하지 않고.  세계가 정말로 아름답다면 그런 장면들 때문일거야. 희망과 절망의 이분법은 이야기 속에만 있지. 그렇잖아요? 낮에  듯이 기쁘다가도 밤이 되면 땅을 파고 가라앉는  우리의 . 누구는 주변만 맴돌고 누구는 떠났고 누구는 돌아왔지만, 우리는 여기에 있잖아요.  그래요? 우린  얼마간 멍청하고 자주 미련해요.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아요. 나름 괜찮아요.   






<나의 해방일지>를 보다가 들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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