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걸까?
시작은 단순한 웹디자인이었는데, 어느새 배너 디자인을 맡고, 상세페이지 제작을 거쳐, 로고 디자인과 일러스트, 인포그래픽, 편집디자인 등등 지속적으로 업무의 범위가 확장됩니다.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묶이는 작업의 범위는 끝이 없고, 다뤄야 할 툴의 종류도 끊임없이 늘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들은 점점 더 많은 영역을 아우르며 멀티플레이어로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역시 본인의 성향이 있고, 그중에서도 잘 표현되는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업무가 이런 디자이너의 성향이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디자이너들이 점차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어갑니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다루게 되지만, 정작 자신만의 전문 영역은 흐려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너럴리스트로 변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 가지에 깊이 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물론 다재다능한 '육각형 인물'이 이상적인 존재로 여겨지지만, 현실에서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 그런 디자이너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의 몸값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겠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많은 디자인 스킬과 툴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영역 각각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디자인 업무를 잘 해내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한 명의 의사에게 세상 모든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의학처럼 디자인도 각 분야마다 필요한 기술과 경험,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해결할 만능 디자이너를 찾기보다는, 한두 가지 분야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를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디자이너가 멀티플레이어처럼 보이길 기대하기보다는,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각자 잘하는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멀티플레이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