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6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늦게 돌봄 교실로 아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2학기에 복직을 할 것을 대비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들을 돌봄 교실에 입금 시켰지만 육아휴직을 한 아빠이기에 아들을 일찍 데리고 나왔었습니다.
9월이 되고 아빠가 조금 늦게 데리러 갈 거라고 미리 얘기해두었지만 막상 그 말이 현실이 되니 아들과 저는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아무도 없는 돌봄 교실에서 혼자 학습지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빠를 보자마자 눈물을 참으려 끔벅끔벅하며 억지웃음을 짓는 아들에게 어찌나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던지요. 아들과 함께 집으로 가며 무슨 말로 기분을 풀어줘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6개월이란 시간 동안 학교를 떠나 있다 돌아오니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학교 업무도 그렇지만 가장 적응이 오래 걸리는 것은 사람입니다.
타인을 내 삶에 받아들이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도 9월에 새로 온 담임인 저에게 적응하느라 마음을 쓰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마음이 유연해서 그만큼 잘 받아들이는 듯 보입니다.
아이들과 일주일을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이 기본 생활 규칙을 스스로 잘 지켜나가는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수업 종이 치면 스스로 자리에 앉아서 수업 준비를 하고 전담 시간과 급식실로 갈 때도 제가 잔소리할 게 없을 정도로 질서를 잘 지키는 모습입니다.
참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과 2학기를 어떻게 재미있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갈지 고민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친구사랑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캘리그래피로 쓴 문장 중에서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골라 OHP 필름으로 덮어쓰고 예쁘게 꾸민 후 그 글을 나와서 읽고 누구에게 그 글을 전하고 싶은지와 그 이유를 발표하는 활동입니다.
아름다운 글에 아이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들으니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아이들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각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한 아이가 발표를 하다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삼키기도 했습니다.
일상적인 수업 시간에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그 친구를 위로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수업이 아이들의 삶으로 채워지도록 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의 삶과 분리된 수업은 죽은 수업입니다.
아이들도 괴롭고 그 모습을 보는 교사도 괴롭습니다.
교사의 지식과 이야기는 줄이고 아이들의 얘기로 채워지는 수업을 만들어 가도록 고민해야겠습니다.
수요일에는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앉아 있었는데 2학기부터 모둠별 활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짝을 이루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4명 또는 5명으로 모둠을 만들어 학습과 생활에 있어서 서로 호혜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각 아이들은 이끔이, 기록이, 나눔이, 깔끔이로 역할이 세분화되며
모둠별 회의 진행 및 발표는 이끔이가,
모둠 협동 조사 및 정리 보고서는 기록이가,
모둠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자료 분배는 나눔이,
모둠의 청소 감독은 깔끔이가 맡기로 했습니다.
각 모둠의 회의를 거쳐 발표 내용을 선정하는 활동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발표에서 부끄러워 손을 들고 발표를 하지 않던 아이들도 모둠 내에서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9월부터 시작된 저와의 학교생활에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 배우며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수가 있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리며 다음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