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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YOON May 27. 2022

남녀 사이 친구? 쿨한 연애?

멍멍이 같은 소리 그만 지껄이고, 쿨몽둥이로 맞아 볼래? 

남자친구와 3년째 열애중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사귀면서 딱히 싸울 일이 없었다. 서로 배려주는 부분도 많고, 다른 점은 잘 이해해주고, 무엇보다 둘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 스타일이 정말 잘 맞는다. 그런데 그런 우리가 싸우는 경우가 딱 한가지 있는데, 바로 남자친구의 여사친 때문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여행모임에서 만났다. 남자친구는 그 모임의 모임장이였고 남친의 여사친, 편의상 K라고 부르겠다. K는 그 모임의 운영진이였고, 남친과는 10년정도 알고 지낸 사이이다. 


우리 모임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처음에 내남친과 K가 사귄다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 들어갔을 때 그런 줄 알았다. 그도 그럴것이 모임 안에서 K의 영향력이 컸다. 분명 운영회칙이 있는데 K가 그 회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가는데 다른 운영진이나 다른 회원이 그런 행동을 하면 경고가 날아간다. 그리고 그 밖에 모임에 가입할려면 일단 연락처를 K에게 다 전달해야만 하고, 여행 갈때도 일정이나 회비 관리등을 K가 거의 도맡아 했다. 


하지만 어쨌든 남친이 먼저 나에게 접근을 했고 K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사귀고 보니 K가 그렇게 많은 영향력 가졌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남친이 뭔가를 세세하게 신경쓰는 성격이 아니라서 귀찮은 일들을 그냥 K에게 맡긴 것이였다. K는 그것을 권력으로 참 잘 이용했다. 모임 안에서 여왕벌 같은 존재였다고 하면 더 이해가 빠를수도 있겠다. 그런데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안 쓰였다. 


문제는 나와 사귀는 와중에도 사람들 눈에는 K와 내 남친이 사귀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모임에서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바다에서 보트를 타야 하는 상황이였다. 보트를 타려면 부득이하게 발을 바닷물에 담궈야 했는데, 그 때 K의 발등이 슬리퍼 때문에 살짝 까여서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근데 바닷물에 닿으면 그 밴드가 떨어진다고 내 남친보고 자기를 안아서 옮겨달라고 하는 거다. 근데 그걸 내 남친은 매몰차게 거절을 못하고 내가 보는 앞에서 공주 들어안기로 그 X을 들어서 옮겨주더라. 주변 사람들은 그 둘이 워낙 친하니 그럴수 있다라고 넘어가고 내 남친도 그런식으로 넘어가는데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였다. 그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내 남친은 내 말보다 K의 말을 더 따랐고, 내 기분보다 K의 기분을 더 살피기도 했다. 남친의 생일이 연말이라 생일파티겸 연말파티를 파티룸을 빌려서 다같이 하는데 남친이 구두 신은 K의 발이 아플까봐 슬피퍼를 챙겨오더라. 나도 구두 신고 있었지만 내 슬리퍼는 없었다. 심지어 다른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도 들은적이 있다. 모임장(남친)이랑 사귀는 여자는 먼저 K한테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아무리 10년이라는 세월을 알고 지냈다고 한들 이런 것들이 모두 우정이라는 이름 하에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라는 말인가? 나도 10년, 20년 알고 지내는 남사친, 아는오빠, 아는 남동생들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와도 사귀는 것처럼 보이거나, 그들에게 안아달라고 하거나, 그들이 연애 하는데 나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그런 말도안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발생해서도 안되고!


그 외에도 거슬리는 소리들이 많았다. 원래 내 남친이 10년 전에 K를 좋아해서 쫒아다녔다부터 시작해서 K를 여신이라고 부르고 다녔다라는 소리를 K가 말하고 다니고, 심지어 나와 내 남친은 어차피 1년짜리라고 모든 술자리에서 K는 떠들고 다녔다.  


나는 그래도 그 모임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않아서 1년을 참았었다. K의 편이 워낙 많았고, 기분 나쁜 티를 내봤자 나만 병신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내가 홧병에 걸릴 것 같아서 나의 불편한 감정들을 남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남친은 아무사이도 아닌데 나보고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했다. 이런식으로 1년을 더 싸우면서 만났다. 


그리다 몇달 전 K가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돌리는데 청첩장을 돌리면서 하는 말도 어이가 없었다. 본인은 친오빠가 없어서 내남친이 본인 친오빠란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 인지.. 

그렇다고 K가 부모, 형제 없는 천애 고아도 아니고, 멀쩡히 부모, 일가친척 다 있고, 심지어 남동생도 있다. 그런데 왜 내 남친이 본인 친오빠 대용인지 진짜 알수가 없다. 그러면서 만약 K와 본인 남편이 싸우거나 혹은 남편이 자기를 폭행하면(결혼 전에 이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었다.) 내 남친을 부를거라는 거다. 그런 경우라면 경찰을 불러야지 왜 남친을 부른다는 건지 이해도 안가고, 멀쩡한 본인 가족들 놔두고 왜 생판 남을 본인 집안일에 끼어 넣으려는건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건으로 역시나 남친에게 난 K의 언행이 이해도 안되고 거기에 맞장구 쳐주는 것도 싫으니 알아서 거리둬라 그리고 결혼식 끝나면 모임에서 나가게 하라고 했다. 우리 모임 원칙이 유부는 안 받는 것이고, 모임에서 만나다 결혼한 다른 커플들은 알아서 나갔다. 그런데 결혼식이 끝나고 K는 나갈 생각도 안하고, 남친이 나가라고 했더니 온갖 핑계를 대고, 본인 주변 사람들까지(여왕벌이였으니 따르는 추종자와 시녀들이 있었다) 동원해서 안나간다고 진상을 부렸다. 남친은 하도 여러사람이 지랄을 해대니 그냥 두자고 하는거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러면 내가 너랑 끝내겠다고 초강수를 두니 남친은 모임 자체를 없애버렸다.


그 이후로 K가 남친에게 생일핑계로, 새 해 인사 핑계로 몇번 연락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탐탁치 않았다.  K 남편도 내 남친과 친한 사이인데(K 남편도 모임 사람이었다.) K 남편은 남친에게 안부 연락 먼저 한 적이 없고, K가 남친에게 생일 선물을 보냈으면 K 남편도 축하 메세지라도 하나 올 법 한데 그런게 전혀 없었다. 그리고 K 또한 나한테 먼저 연락한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K만 유독 내 남친한테 따로 연락하고 챙기는 것은 여친인 내 입장에서 당연히 의심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번에는 다행히 남친이 내 의견을 존중해줬고, 그 이후에는 일절 연락을 안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도 또 내 말을 무시했더라면 우리는 진짜 헤어졌을 것이다. 


나는 남친을 너무너무 사랑하고, 내 인생에서 남친이 없으면 정말 힘들 것 같지만,(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참았던것 같다) 더이상 나 자신을 갉아먹어가면서까지 사랑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남녀 사이에 동성같은 우정, 친구관계를 믿지 않는다. 나 또한 남사친, 아는 오빠들, 남동생들이 있지만, 각자 연인이 생기거나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낸다. 나는 그래야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굳이 오해를 일으킬만한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 괜한 분란을 만들지 않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고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바뀌면 지켜야 할 선도 바뀌는 것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고, 같은 날 한날한시에 태어나 같이 자라온 찐 부랄친구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하물며 성인이 다되서 만난 남녀 친구사이에 선이 없다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 선을 제대로 지켜줘야 우정도 사랑도 오래 갈 수 있는 것이고, 성숙된 사랑 성숙된 인간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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