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시간의 향해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

2025년 12월 14일

by 리움

나는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을 좋아한다. 색도 냄새도 감촉도 푸르스름하게 일어나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낮밤이 바뀌어, 어둠을 보내고 맞이하는 아침, 묵직하게 피곤이 몰려와 뻐근해진 눈동자, 가볍게 몽롱해지는 머릿속, 열린 창 밖으로 푸르스름하게 물드는 세상.


나는 낮이 밤으로 넘어가는, 노을이 물드는 시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정신이 살짝 몽롱해지는,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는, 내 것 같지 않은 머릿속, 하루의 피로가 묵직하게 몰려와, 정신이 흐릿해지는 순간.


낮과 밤이 묘하게 맞물려 있는 시간들, 나를 깨우는 어스름과 나를 재우는 어스름.


사실, 지금은 모두 무뎌진 감상들인 것도 같다. 아, 내가 이 시간을 좋아했었지, 아, 내가 이 시간은 조금 불편해했었지, 그런 감상으로 남아있는 것도 같다. 일상에 무뎌진 것인지, 세월에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런 나이가 된 것뿐인지.


사실, 무뎌짐은, 나쁘지 않다. 무뎌져야 살아갈 수 있는 일들도 많으니까. 무언가 무뎌졌으면, 또 다른 무언가 무뎌져야 할 것들이 생기기도 하니까. 다만, 조금 아쉽다.


오늘, 문득, 맑은 눈빛으로, 푸르게 일어나는 아침을 맞이하던, 푸르던 내가 떠올라서. 어쩌면 황혼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아직 낯설어서. 받아들이고, 견디고, 즐기고, 무뎌지고, 살아가고. 오늘, 황혼의 시간을 향해, 한걸음 더 걸어가는 나의 발길의 흔적을, 조금만 더 오래 유심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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