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다 보면...
모든 게 조심스러워지는 때가 있다.
아픈 것도 안 되는 시기가 있다.
몰아치듯 일이 몰려올 때
쉼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할 때
고민도 한숨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그럴 때
바짝 긴장한 하루를 보내면
내일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때때로, 가끔,
게으름을 내려놓고
내려놓은 게으름을 종일 힐끔 거릴 때
그런 시기가 지나면
오래 잠을 잤다.
꿈속을 헤매고
잠결에 서성이고
그렇게
잠만 잤다.
하루, 이틀, 잠에서 깨어나면
그제야 그동안의 하루들을 정리한다.
빽빽하게 차 있는 하루들에
빈틈을 쪼개 넣는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풍부한 여백의 미를 즐기고 있으면
촘촘한 하루들이 조금은 뿌듯하게 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