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날, 밝은 나...
해가 길어지고 있어요.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활동이 늘어나는 건 아니에요.
분명 있었는데, 곧잘 사라져 버려요, 의욕이란 녀석은.
수증기가 가득 맺힌 샤워실 거울에 비친 눈동자나
한적한 카페 테이블 위의 하얀 커피 잔 속의 진한 아메리카노 향에 섞였거나
몹시도 서두른 걸음 뒤로 종종거리며 따라오는 그림자 끄트머리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 조명에 찡그려진 눈커플 위에나
자려고 누운 베개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 사이사이나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또 쉽게 사라져 버리죠.
방심하면 안 돼요.
발견하면 꼭 붙잡아요.
쉽게 볼 수 있다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죠.
늘 아슬하게 걸려있어요.
자칫하면 떨어져 깨져버려요.
깨진 조각을 줍는 건 사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죠.
또다시 손끝 가까이로 슬그머니 다가올 때,
꽉 붙들어요.
손톱 안에 발톱 안에, 꽉꽉 밀어 넣어요.
손과 발에 의욕을 가득 담아,
이제 움직여요.
밝은 날, 더 밝은 날, 그리고 더 밝은 나가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