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 올베이로아(Olveiroa)
걷는 사람도 많고 마을마다 알베르게와 바르가 있던 산티아고 길과는 달리 마주치는 사람을 또 만나고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던 사람과 또다시 같은 숙소에서 만난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속에 반가움이 있는 길이다.
조금 전에 만났던 사람들이지만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이 얼마나 다정하고 즐거운 일인지. 힘든 일정에도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지금까지의 여정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힘든 길이었다.
걷는 사람이 적고 총거리가 길지 않기 때문인지 알베르게와 바르가 있는 마을이 적고 텀이 길어 구간 나누기가 쉽지 않아 반 강제적으로 33km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까미노 중 가장 먼 거리를 걸은 날로 기록됐다.
더군다나 농업이 주요 산업이던 지난 길과 달리 갈리시아(Galicia) 지방은 목축이 주요 산업이라서 만나는 대부분의 마을에 축사가 있고 길 여기저기에 소똥이 널브러져 있다. 갈리시아에서 소똥과 냄새는 어쩔 수 없음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번 구간은 특히 축사가 많게 느껴졌다. 꽃과 나무 향기를 묻어버리는 소똥 냄새가 원망스러웠다.
33km를 걷는 길은 여의치가 않았다.
먼 거리이기에 새벽 5시 30분부터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부리나케 움직였다. 아직 해가 뜨려면 먼 시각,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어두운 도시를 빠져나왔다.
도시를 벗어나니 가로등 불빛조차 없는 산길이 우리를 맞이한다. 조금 위험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져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랜만에 맡는 새벽 공기. 새벽을 깨우는 새 지저귐. 서서히 터 오르는 동을 등에 업고 걷는 기분은 꽤 상쾌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흐린 하늘이 약한 보슬비를 내려 걷는 길을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만나는 마을은 쉴 곳보단 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냄새를 풍겨댔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10시간가량을 걸어야 하는 날. 까미노가 도와주지 않다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맑은 날보다는 흐릿한 날씨가 더 많았다. 간간이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비가 오거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분명 하늘은 파란색일진대 회색이나 하얀색이 많은 건 기분 탓일까.
역시 까미노는 호락호락하게 품을 내어주지 않는다.
우리는 흘러간 노래들을 불러가며 이보다 즐거울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조금 천천히 걸을 테니까 오늘의 고됨을 두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었다.
피스떼라길은 대략 3일에 걸쳐 걷는데, 우린 구간을 네 군데로 나눠 4일 일정을 잡았다. 나름대로 신혼여행 분위기를 내보고자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느긋한 한때를 즐기고자 함이었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은 여정, 바쁘게 가서 무엇하랴.
같은 날 출발한 한국인 순례자도, 산티아고 길 내내 마주쳤던 프랑스 순례자도 아마 내일이면 안녕이겠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대로 걸어가 보고자 한다.
까미노 데 피스떼라 (Camino de fisterra) 2일 차 일정 (약 33.4km)
: 네그레이라(Negreira) - 올베이로아(Olveiroa)
- 네그레이라(Negreira)
- 삐아헤(Piaxe)
- 빌라세리오(Vilacerio) : 알베르게, 바르 있음
- 꼬르나도(Cornadó)
- AC400 도로 muros/Pino do cal 방향
- 마로나스(As maroñas) : 바르 있음
- 산따 마리냐(Santa mariña) : 알베르게, 바르, 식당, 성당(세요 찍어줌) 있음
- 본 헤수스(bon xesus)
- 궤이마(Gueima)
- 비랄 데 까스뜨로(Vilar de castro)
- 라고(Lago) : 알베르게 있음
- 아베레이고아스(Abereiroas)
- 뽄떼 올베이로아(A ponte olveiroa) : 알베르게 있음
- 올베이로아(Olveiroa) : 알베르게, 식당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