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 피스떼라(Fisterra)
흔히 피니스떼레(Finisterrae, 세상의 끝이란 뜻이다.)로 부르는 피스떼라 그곳에 왔다. 어느새 두 번째 까미노의 종착점이라니. 걷기 시작한 지 35일째.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오는 길 대부분이 해안길과 밀접하고 바닷가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줄곳 산과 들만 보면서 초록에 익숙해졌던 눈이 바다의 파란색에 취하는 것 같았다.
피스떼라는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 대서양의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순례자들 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그만큼 도시가 크고 사람도 많아서 노란 화살표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화살표를 놓친 건지 같은 길을 뱅뱅 돌고 있는데, 한 세뇨라(señora)가 길을 안내해주었다. 간신히 길을 찾아 피스떼라에 무사히 도착했다.
석양을 보기에는 불안한 흐릿한 날씨와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 불안함을 가슴 가득 품은 채로 공립 알베르게에서 피스떼라 인증서를 받았다.
저녁 즈음 가벼운 옷차림으로 0km 지점인 등대로 올랐다. 피스떼라 시내에서 등대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3km가 넘는 거리에 해안가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가는 고생하기 십상이다.(1년 전 내가 그랬다. 겨우 다 나은 발이 슬리퍼에 쓸려 물집이 잡혔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 유럽 대륙의 끝이라 불리는 피스떼라에는 0km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우리 역시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는데, 한 순례자가 다가와 커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한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석양을 보기 좋은 명당에 자리하고 앉는데, 날씨가 좋지 않다. 대서양 수평선이 태양을 삼키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
끝끝내 구름 속에 가려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태양을 뒤로하고 일어나는 순례자들 사이로 동행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망망대해 바다 끝을 바라보며 한숨을 짙게 내뱉는다.
"다음에 다시 오자."
나의 위로에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어찌하랴. 자연 앞에서는 나약하기 그지없거늘.
까미노 데 피스떼라 (Camino de fisterra) 4일 차 일정 (약 14km)
: 꼬르꾸비온(Corcubión) - 피스떼라(Fisterra)
- 꼬르꾸비온(Corcubión)
- 산 로께(San Roque) - 알베르게 있음
- 아마렐라(Amarela)
- 에스또르데(Estorde) - 바르, 식당, 해변 있음
- 사르디녜이로 데 아바이호(Sardiñeiro de Abaixo) - 바르, 식당, 해변 있음
- 꼬레도이라 데 돈 까미로(Corredoira de Don Camilo)
- 피스떼라(Fisterra) - 알베르게, 바르, 식당, 성당, 터미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