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 리뷰

긴장감 있는 연출과 연기,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와 캐릭터

by 전재성
영화 사냥의 시간

논란이 많았던 영화 '사냥의 시간'이 드디어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와이드 개봉했다.


넷플릭스에 대해서 추후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한국 영화가 전 세계에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한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를 소비하는 이 작은 변화가 앞으로 극장 중심의 시장에서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해진다.


영화 후기를 쓰기 전에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후기를 보지 않길 바란다.

영화 내용이 끝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제 영화 <사냥의 시간> 후기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얼마인지 모르나 지금보단 조금 미래의 대한민국을 배경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면 톤을 어둡게 하여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칙칙하고 어두우며 폐허가 된 아파트들과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로 나타난다. 이러한 미장센은 영화 초반부터 쭉 영화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어 준다.


영화의 이야기는 단조롭다. 같이 어울리는 세 명의 친구 중 대장 격인 준석(이제훈)이 3년 만에 출소하고 세 명의 친구들은 다시 만나 회포를 푼다. 그 자리에서 준석은 카지노의 돈을 훔쳐서 섬에 가서 작은 가게를 하나 차리자고 한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은 탐탁지 않지만 준석의 계획에 동참하고 준석은 자신의 돈을 빌려 간 카지노 직원인 상수(박정민)까지 가담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돈을 훔치는 데 성공한 4명은 돈을 가지고 떠나는 데 상수는 어머니 때문에 나중에 떠난다고 하고 나머지 3명은 섬을 향해서 떠난다. 한편 돈을 빼앗긴 카지노 측에서는 한(박해수)이라는 인물이 이들을 쫓기 시작하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한과 3명의 쫓고 쫓기는 공방전과 자신의 동생을 죽인 한을 쫓는 봉수(조성하)의 추격전이 이어지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서사적으로 재미를 주는 영화가 아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나쁘지 않다. 보고 난 후 첫 번째 든 느낌은 코엔 형제 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올랐다. 미친 하비에르 바르뎀의 존재감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 속 한의 캐릭터는 그를 많이 레퍼런스 삼은 것 같았다. 목적이나 욕망, 욕구에 움직이 않는 연쇄살인범이나 이미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냥감을 죽이기 위해 끝까지 사냥감을 쫓는 한이 오버랩 되었다. 그런 한을 연기한 박해수의 연기도 좋았다. 다만 첫 등장에서 보여줬던 위압감이 영화의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느낌이 아쉬웠다. 무기 판매직인 봉식과의 대화에서 보여줬던 서스펜스 설정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보여준 고속도로 휴게소 주인과의 동전 던지기 신과 흡사했다. 여러모로 해당 영화를 참고한 것으로 느껴졌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


한의 추격이 시작된 이후부터 주는 마지막까지 주는 서스펜스도 생각보다 훌륭했다.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가 적당히 어우러지면서 나름 긴장감이 유지되는 연출력을 보여준 것 같다.


"한" 역의 박해수

그러나 이 이상은 장점을 찾기 힘든 영화였다. 일단 영화 이야기 자체가 너무 허술했다. 핍집성은 둘째치고 납득이 되지 않은 설정들이 너무 많았다. 3년간 준비해온 준석의 계획은 술김에도 계획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총 빌려서 카지노 털고 도망가는 것이 3년이나 걸릴 정도라니. 게다가 성공한 범죄 이후 상수는 그냥 남아있거나 남은 친구들은 한가롭게 기훈의 부모님 네로 놀러 가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네 금은방을 털어도 그렇게 마음 편히 놀러 갈 수 있을까? 여하튼 그 외에도 플롯이 너무 어설프며 충분히 한두 개의 서브플롯이 있을 것 같은 캐릭터 배치임에도 서브플롯조차 없이 단조로운 이야기는 영화를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 수동적이었다. 배경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고 특히 상수의 경우 뭔가 있을듯한 표정으로 계속 인상만 쓰고 반전의 실마리같이 미스터리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너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준석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설명이나 배경이 전무하다 보니 그냥 영화의 서스펜스 기교로만 끌고 가는 꼴이 되었다.


"준석"역의 이제훈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잿빛 건물들을 무대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예산의 문제인지 그냥 건설 현장에서 찍은 것만 같은 느낌이 강했다. 최소한의 대비를 떠나서 다양한 건물 형태 또는 디테일한 소품의 차별성을 둬서 근미래를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 재미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대중적인 문법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준석의 소망을 통해 철학적인 주제나 메시지를 주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와닿지 않았다. 다만 "한"이라는 캐릭터의 한번 시작된 사냥은 끝을 봐야 한다는 신념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신념에 따라 시작된 사냥이 주는 긴장감은 볼만했다. 또한 출연자들의 연기력도 평균 이상이었다. 아마도 케이퍼 무비를 예상했거나 시원한 액션을 기대하신 분들은 실망할 수 있음을 주의하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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