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봉을 외치던 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해 캡을 외치며 중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마무리는 킹왕짱이었던 거 같다. 연식을 클래식하게 소개하는 또 하나의 표현이다. 무슨 말로 뜸을 들이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실은 오늘 상사에게 쌍따봉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체 쌍따봉이 무엇이며 그걸 어떻게 받았고 왜 자랑하는지 감도 못 잡겠지.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수는 없으나 업무 중 보고할 일이 생겨 상사의 방으로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그런 순간은 늘 떨린다. 준비한 말을 기승전결에 입각하여 간략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하고 나와야 하는데 말보다 글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나 같은 사람은 일단 가시적으로 이해를 돕는 문서를 재빨리 작성해서 손에 쥐어드리며 보고하는 편이 낫다. 나의 첫 상사이자 스승은 둔필승총이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사용했으므로 그 영향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 방법은 촌각을 다투는 일에는 사용할 수는 없다. 다행히 상황과 작전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는지 돌아 나오는 길에 쌍따봉, 그 말인즉 양 쪽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려 세우는 굉장히 드문 칭찬을 받고 나왔다는 이야기다. 샐룩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재빨리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근육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게 막았다.
자리에 앉자 옆자리 동료가 잘했다며 역시 인재라고 입바른 소리를 한다. 이 말은 그동안 위축되어 있던 나에게 보내는 그의 위로다. 하긴, 오른손 엄지손가락만 추켜올렸다면 요즘 쓰는 말로 '엄지 척!'이라 하겠건만 양손을 올렸으니 이건 쌍따봉이라는 단어가 제격이고 그야말로 강력한 격려가 담긴 행동이다.
제 몫을 잘 해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보내는 최고의 격려가 쌍따봉이기 때문에 나는 속마음으로 아이처럼 기뻤다. 어쩌면 상사가 나를 보는 시각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제 아이가 좀 컸으니 그에 걸맞는 역할을 주긴 하겠다만 ‘허허, 믿고 맡기기는 했는데 불안하기도 하고 사고나 안치면 다행인데 그래도 좀 잘했으면 좋겠네.' 이런 마음 같은 거.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오피스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의 괴로움으로 족하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괴로움을 곱씹는 습관처럼 즐거움도 열심히 곱씹어야 이런 부류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테다.
오늘 참 잘했어!
오늘 멋졌어!
역시 난 잘할 줄 아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