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꽤나 사이비스럽게 들리지만, 이제는 <해독>을 진료영역으로 표방하는 의사들이 등장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가는 <자율신경계에 대한 의료적 개입>을 하고 있는 의사들입니다. 전공이 내과계든, 외과계든, 아니면 일반의든 관계없습니다. 이 분들은 하루속히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진가를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와 <만성염증>은 대부분 질병들의 핵심 발생 기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기전을 야기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하여서는 다들 무관심한데, 여기에는 제가 늘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라고 표현하는 수많은 환경오염물질들에 대한 저농도 만성노출이 있습니다. 최근 <인슐린 저항성>을 만병의 근원으로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사실 인슐린 저항성조차 방안의 코끼리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 문제는 소위 교과서적인 위험요인들 – 비만, 식습관, 운동, 수면, 장내 미생물, 근감소증, 정신적 스트레스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죠.
방안의 코끼리가 가진 딜레마는 <혼합체와 비선형성>이라는 복잡성에 있으며, 이로 인하여 현실에서 이 문제는 대부분 예측불가능성으로 드러납니다. 모두가 노출되면서 살지만 모두가 환자가 아닌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측가능성이란 어떤 질문이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이미 실증적 과학 영역의 손을 벗어났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관련 논문들이 발표되는 이유는 연구자들이 지극히 비현실적인 조건으로 문제를 단순화시켜 마치 예측가능하고 사전 관리가능한 문제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가 아닌,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을 위한 논문, 그리고 결정적으로 빅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학계는 더 이상 회생불가능한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로 인한 가장 큰 폐해는 의사와 환자들로 하여금 왜 병에 걸렸는지 원인을 모른 채 현상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일 겁니다. 그 동안 <배출과 호메시스 활성화>가 그나마 방안의 코끼리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임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해 왔으나, 마음 한 구석에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미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에게는 보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어떤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자폐아를 가진 엄마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연은 <호메시스: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라는 책을 읽고 보내신 이메일이 인연이 되었고요. 자폐도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와 만성염증이 핵심이기 때문에 당연히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관여하는 질병으로 봐야 하고, 자폐 발생에 이 코끼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폐 역시 연구자들이 코끼리의 실체를 직시하기보다는 각자의 관심 영역에서 단편적인 접근만을 무한반복하는 바람에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실정이고요.
그 만남을 계기로 현재 자폐아와 그 부모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아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수많은 치료법에 대하여 알게 된 후에는 해독의 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폐아들은 매우 다양한 신체 증상들을 동반하고 있는데 이는 중추신경계뿐만 아니라 감각 및 운동을 관장하는 말초신경계와 자율신경계까지 방안의 코끼리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신경계의 높은 지질함량을 생각하면 지용성이 강한 종류들이 핵심일 듯했습니다.
그렇다면 자폐아에게 어떤 개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를 두고 며칠 고민 끝에 <자율신경계>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배출과 호메시스 활성화>가 각자의 몸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필수 전제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건강한 자율신경계>의 존재입니다. 특히 배출은 부교감신경계가 주도하는 영역으로 교감신경계가 지배하는 상태에서는 배출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훌륭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늘 불안, 걱정, 스트레스로 가득하다면 결코 건강해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만성적인 교감신경 우위를 만들기 때문이죠. 자폐아들은 방안의 코끼리가 직접적으로 자율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서 기본적인 배출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볼 수 있고, 이는 장기능 이상을 포함하여 각종 증상들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반면 자율신경계가 회복되면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는 호흡, 명상, 또 어떤 다른 방법으로 자율신경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만, 아이들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죠. 자율신경계를 키워드로 이런저런 검색을 하던 중, 현재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중 <자율신경계에 대한 의료적 개입>이 존재하며 그중에는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만한 안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치 제가 그동안 간절히 찾아 헤매던 궁극의 해결책을 찾은 듯 느껴졌습니다. 비유하자면 <호메시스>책에 나오는 GGT로부터 POPs를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POPs에 대한 첫 분석결과를 확인했을 때 맛보았던 희열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미토콘드리아를 병들게 만드는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 문제는 지금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며, 특히 환자들, 그 중에서도 난치병 환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은 공기, 물, 음식과 같이 생명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와 함께 발생하므로 우리가 방안의 코끼리를 피하면서 살고자 하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피하면서 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며, <노출허용기준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주장은 하루속히 폐기 처분되어야 할 일종의 과학적 사기입니다. 또한 이 분야 연구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결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을 겁니다.
이제는 의사들이 이 분야 연구들의 허구성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자체적으로 모색해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제 판단에 <자율신경계에 대한 의료적 개입>은 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독치료이며, 추가적으로 환자들에게 <배출과 호메시스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거 있냐고요? 이건 본과 1학년때 배운 생리학, 해부학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추론가능한 영역입니다. 이 문제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