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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my Mar 23. 2022

퇴직의사를 밝히다

만 14년 3개월 몸담은 회사에 대한 애증

육아휴직이 이달로 만료되면 남은 휴가를 바로 쓰고 퇴사하겠다고, 인사팀과 부장님께 전달하였다. 


왜 이렇게 마음이 두근거릴까. 여전히 나는 내 결정에 확신이 없다. 애초에 확신이 있었던 결정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육아휴직 다 쓰고 회사 나간다는 직원을, 어찌보면 얄미울 수도 있을텐데도, 퇴사를 만류하고 싶다고 얘기해주시는 상무님과 부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특히 상무님은, 예전 부서장, 본부장으로 모셨던 분인데, 회사 인사팀에 지시해서 내 휴직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월급만 축내는 직원은 아니었나보다 싶어, 안도감마저 든다. 인사팀 팀장님으로부터 1년 정도의 휴직 추가 연장, 육아기 단축근로 사용, 전면 재택근무 등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2~3년은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고, 일을 병행하면서는 아이에게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할 것 같아, 여전히 퇴사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사실, 업무에 큰 애착도 없고, 팀원들도 다시 보고싶지 않고, 지금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이 상태가 너무 좋으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과연 이게 최선이 맞나?' 하는 불안함이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의 경제적 안정에 기여해 온 한 기둥을 스스로 버리는 선택임과 동시에, 이제껏 공부해 온 것을 활용해 내가 뭔가를 잘 해 내면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이 선택 이후의 내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크다. 14년을 유지해 온 '직장인'이 아직은 익숙해서, '전업주부'로 사는 내가 과연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3년. 그래, 우선 3년만 전업주부로 지내보자. 아이와 남편을 챙기며, 우리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을 키우는 일을 우선으로 해 보자. 그리고 틈틈히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3년을 보내보고, 아이가 제 앞가림을 해나가기 시작하고 내 도움을 덜 필요로 하게 될 때, 나도 화려하게(!) 다시 경제활동하러 나서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놓는 이 직장보다 못한 조건이더라도, 내가 보람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감사히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업주부로 사는 동안, 내 마음의 평안을 돌보는 일에도 부지런하자. 계속, 성장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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