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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my Jun 27. 2022

내 아이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러는 것일까 

아이와 같이 생활하는 동안, 이런 의문이 불쑥불쑥, 약간의 화와 함께 올라올 때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빈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험하는 것이리라. 나의 경우,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 부정적인 감정이 좀 오래가는 편인 것 같은데, 자꾸 원인을 과거의 내 잘못에서 찾으려고 하는 습관 때문인 듯하다. 후회되는, 또는 마음에 차지 않는 나의 어떤 면이 오늘의 이 상황의 원인일 것이라며, 거기에서 개선으로 한발 나아가지는 못하면서, 그럴듯한 원인을 찾은 것에 만족하는 것 같은, 후회를 곱씹는 습관. 이런 습관은 버리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 유익할 것이 자명하다.  


요즘 아침마다 조마조마하다. 오늘은 기분 좋게 등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아이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서는 낫지만, 주변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고쳐야 할 것 같은 행동특성이 여전히 여럿 있다. 특히 요즘은, 아침 유치원 셔틀버스 대기줄의 맨 선두를 차지하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놈의 '1등'. 집에서는 아무도 1등을 강요한 적이 없는데, 아이는 생활 속에서 무엇이든 1등을 하지 않으면 속이 상하는 모양이다. 가위바위보도 아이가 진 채로 끝낸 적이 없다. 꼭 자신이 이겨야만, 더 많이 이겼다는 느낌을 받을 때만 그나마 기분이 괜찮다. 셔틀버스의 경우, 자꾸 1등에 집착하기에 최근 대부분은 일찍 준비해서 10분 정도 일찍 가서 맨 앞에 섰었다. 다행히 앞에 서지 못하는 걸 못 견디게 속상해하는 다른 아이는 없어서, 요 며칠 선두를 차지한 아이는 기분 좋게 등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월요일은, 나도 아이도 살짝 늑장을 부리게 되어, 시계를 보니 아침부터 불안했다. 나가는 길에 오늘도 1등 할 수 있냐고 묻는 아이에게, 셔틀버스를 타는 장소까지 우리집이 제일 멀어서 뒤에 서는 날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줄에 먼저 서고 나중에 서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일찍 도착하는 날도 있고 늦게 도착하는 날도 있다고, 괜찮다고.... 여러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불안함을 감지한 아이는, 가는 길에 투정을 부리고, 비 때문에 축축한 길에 살짝 미끄러지면서 샤우팅('아악!!' 같은..)과 함께 울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달래서 셔틀버스 타는 곳을 향해 가다 보니, 멀리서 이미 줄 서 있는 친구들이 보이고, 아이의 울음과 소리지르기는 더욱더 격렬해졌다. 


이 순간부터 나는, 나의 이 아이는 왜 이럴까, 이때 내가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일까, 하는 여러 의문에 휩싸이곤 한다. 어찌어찌 달래서 겨우 버스에 태워 보냈지만, 다른 엄마들의 시선이 꽤 신경 쓰이고, 나의 아이가 평화로운 등원 길을 월요일부터 망쳐 모두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닐까(?) 싶고, 내가 더 강하게 아이를 혼냈어야 했을까, 아님 더 부드럽게 아이를 타일렀어야 했을까, 번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한 주를 시작해야 하는 내 마음이 가벼울 리 없다. 비 와서 축 쳐지는 하루에, 마음이 더 눅눅히 무거워지기만 하는 것 같다. 


주 1회 만나고 있는 놀이치료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이가 '유능감'을 경험할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고, 그래서 1등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같다고 하셨다. 가정에서 그런 경험을 되도록 많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주셨다. 그래, 오늘 아이가 집에 오면 같이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1등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하고 싶은 1등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겠는지 생각해 보자고 해야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보는 시간을 좀 줄이면, 내가 좀 귀찮아도 아침에 셔틀 1등은 가능한 일이긴 하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이 사소한 일에도 아이의 미래가 촤라락 오버랩되어, 아이가 너무 경쟁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면 어쩌지, 1등에 목매는 아이로 자라면 어쩌지 싶어, 그런 지향을 바꾸어 주고 싶어 안달복달하게 되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차근차근 나아가자. 1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게 더 가치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해주고. 


다른 엄마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에 대한 평가(?)를 지레짐작하고 상상하는 버릇은 버리자. 누구도 나에게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 않은가. 아이 각자에게 크고 작은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고, 나의 아이는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만 사랑스러운 다른 부분도 분명히 있다. 나는 나 대로, 나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설령 부족해 보일지라도, 나는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여기에 누구의 평가도 필요 없다.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각자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이 모두 다르고, 각자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나는, 나의 인생을, 꿋꿋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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