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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강 Oct 11. 2019

자카르타 일기

2019년 10월 6일 (일) 자카르타 맑음 33도

늦잠을 잤다 (그래 봐야 아침 6시 기상) 그리고 늑장도 부렸다. 침대에 누워 무엇을 먹을까 냉장고 안에 먹을 것들을 떠올려보지만 마땅한 게 없다. 주말 아침 가끔 한국에서 딸램과 함께 어기적 걸어가 먹었던 잔치국수가 생각났다. 멸치육수 내고 양파와 호박을 살짝 볶아 고명 준비하여 국수 삶아 얹었다. 남은 양파와 호박으로는 지짐이 하나 간단히 부쳤다. 때 아니게 주말 아침이 호사스럽다.

때아닌 주말 아침은 잔치국수와 지짐이로 잔치 분위기이다


3켤레의 운동화를 빨고 청소하고 (주말은 늘 청소와 빨래로 시간을 보낸다) 점심 무렵 1층 카페에 가서 크로와상을 먹으며 "꾸뻬 씨의 핑크색안경"을 읽었다. 나는 과연 어떤 색으로 나와 세상을 판단하는 것일까? 세상을 너무나 아름답게 바라보게 되는 색안경, 혹은 자신의 흠집만 커다랗게 보게 되는 돋보기들 다양한 안경들이 등장하지만 어떨 때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을 쓴 게 아니라 과거를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거울을 끼고 살아가는 듯하였다. 늘 뒤만 바라보던 나.

1층 카페 MAXX의 크로와상은 정말 예술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였다

오후에 다시 방으로 와서 양파 (양파를 넘나 자주 쓴다) 한 개 채 썰어서 양파 스콘을 만들었다. 

아몬드가루 100g, 밀가루 100g, 채 썬 양파 1통, 버터 50g, 생크림 100g, 설탕 40g, 계란 1개, 소금 한 꼬집, 베이킹파우더 한티 스푼

밀가루, 아몬드가루 채치고 설탕과 소금, 베이킹파우더 넣어서 휘저어 준후 차가운 버터를 썰어주듯 밀가루와 섞어서 고슬고슬한 소보루 가루처럼 만든 후 계란 1개 넣고 생크림 넣어서 빠르게 반죽하며 미리 볶아 식혀둔 양파를 넣고 반죽 완성. 1cm 두께로 반죽을 밀대로 민후 밀봉하여 냉장고에서 잠시 쉬게 한다. 


그리고 밀크 잼 준비

우유 1리터, 생크림 500미리, 설탕 150g (설탕 대신 스위트너 넣었음), 홍차 티백 5개, 그리고 끈기 두 시간

설탕을 냄비에 쏟아붓고 우유와 생크림을 넣어 잘 섞어준 후 홍차 티백 4개를 넣어 바그르르 끓으면 티백을 건져내고, 불을 약불로 줄인 후 쉼 없이 저어준다. 대략 절반으로 줄어들 때쯤 남은 티백 1개를 찢어서 홍차 가루를 잘 섞어주고 다시 계속 저어준다. 부피가 1/3으로 줄어들면서 되직한 느낌이 들면 한 방울을 접시에 떨어뜨려 보아 잘 굳는지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수프처럼 되직해지면 불을 끄고 미리 소독해둔 용기에 담아서 한참 식힌 후에 냉장 보관한다. (냉장 보관하면 잼처럼 잘 굳는다)

이제 '스콘쯤이야!'라는 자신감이 붙었다


청소 끝내고 잘 먹고 잘 쉬면서 6년간의 홀로 해외 생활중에 문득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깨닫게 되는 생활의 변화를 생각해봤다.

1. 벗은 양말은 늘 제대로 펼쳐서 빨래통에 넣어두게 되었다. 일일이 뒤집힌 양말 손으로 빼내다 보면 정말 속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2. 밥을 먹거나 요리를 하고 나서는 즉시 설거지를 한다. 청소와 설거지는 밀어두게 되면 큰일이 된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설거지통 주변에 벌레가 꼬일 수 있어서 가급적 즉시 청소하게 되었다.

3. 소변은 반드시 앉아서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한국인 가정에는 가사도우미가 상주하거나 출퇴근을 하지만 낯선 이 가 내 방을 청소하는 게 싫어서 6년의 시간 동안 모든 청소는 나 스스로 하였다. 그러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아 아내도 참 힘들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생활습관을 바꿔나가기 시작하였다. 조금의 배려라고 하지만 위생적으로 살 수 있는 생활의 현명한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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