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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Feb 19. 2024

평균 연령 55세

오늘은 학교의 학년과 업무 분장이 발표되는 날이다.

우리 학교는 20만 더하면 100 학급이 되는 거대 과밀 학교이다. 시설은 열악하고 학생 수는 많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학급 수가 많다 보니 업무가 나눠지는 장점도 있다.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겠지만 일을 많이 하는 사람, 조금 덜 하는 사람,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여기서 일이라 함은 교사 본연의 업무인 가르치는 일을 제외한 기타 업무를 말하는 것이다. 학급 담임으로서 가르치는 일은 누구나 비슷하고 주어진 역할이나 책임의 정도가 경중을 따지기가 힘들다.

수업, 생활지도, 학부모와 아이들 상담 같은 가장 중요한 본연의 일을 제외하고 주어지는 업무들이 아무래도 적어야 학급에 더 신경 쓸 수 있는 법이다. 나이도 어느 정도 되었으니 담임만 한다면 거대 학교에서 주어지는 업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안정되게 아이들과 생활하며 꼼꼼하게 신경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뒤 이동을 해야 되므로 점수를 쌓아야 되고 근무 평점도 잘 받아야 된다. 부장을 하는 것은 내키진 않지만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오늘 개학 전 교육과정 만들기 주간이 시작되었다.

부장은 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학년 구성원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2학년 구성은 평균 연령 55세. 내가 나이 적은 순으로 두 번째 서열이다.

회사로 치면 명퇴 당할 일 안하는 부장들만 잔뜩 모인 셈이다.(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남편한테 들은 이야기로 유추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라만 고령화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 상황도 고령화되어가고 있다.


연세 많으신 베테랑들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다. 

우선 학급 경영을 안정적으로 하신다.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할 때처럼 부장으로서 감 놔라 배 놔라 큰 간섭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젊은 선생님들의 위태하고, 불안한 학급 경영을 지켜보며 저러면 안 되는데 어쩌나 하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끙끙 앓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지혜와 푸근함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점도 많다. 우선 나만 봐도 눈이 침침하고, 어제 먹었던 저녁 메뉴마저 까먹을 정도로 기억력이 감퇴하는데 나보다 언니이신 분들은 더할 것이다.

깜빡하는 정신력을 누가 챙겨줄지 걱정이다.

부장을 할 때 후배샘들이 있으면 놓치는 것들을 챙겨 주기도 하고 빠른 손으로 일처리를 도와주기도 해서 좋다. 또한 젊은 머리에서 나오는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와 신기술은 연륜이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학년 배정이나 업무 배정이 선생님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얽힌 일이라 여러 가지 고려를 하다 보면 머리 부서질 만큼 복잡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학년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연령의 적절한 분포와 성비의 고른 분배도 필요하다.

아쉬움이 남는다.


언니들의 연륜과 지혜 안정적 학급 경영을 장점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헤쳐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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