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를 내는 게 나았다. 잠이 겨우 들면서 내일은 병가를 내야겠다 생각했지만 알람 소리에 맞춰 깨고 준비를 한다. 28년째 반복되는 일상이니 이 일상을 벗어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아들과 충돌을 피하고 싶어서 말을 섞지 않은지 3주가량 되어간다.
어제는 굿네이버스에서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5시 퇴근 후 만나면 될 것을 아들과 이분들이 만나면 무슨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미련 때문에 조퇴까지 하면서 2시 30분에 약속을 잡았다.
내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 그분들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격앙된 목소리로 지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내가 죽을 것 같다고. 차를 운전하면 핸들을 꺾어버릴까 하는 충동도 인다고.
이른 약속을 잡은 것이 잘못이다.
이분들이 가고 난 후 아들과 충돌이 일어난다. 도저히 글로 쓸 수가 없다. 막장드라마 소재로 어느 작가가 나보고 제보를 제안한다면 소재거리 천지다. 드라마에서나 볼 일이 나와 아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아들은 항상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까 할 정도로,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고 모멸감마저 느끼게 한다.
사실 살기가 싫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성은 남아 있고 학교에 와서는 최대한 직장인이 되고자 선생이 되고자 애쓰는데 주기적으로 한계에 이를 때가 있다.
나 혼자 열심히 떠들고 발표시키고 지켜봐야 되는 수업이 오히려 낫다.
애들한테 설명하고 난 후 만들거나 그리는 과제를 시키는 것이 곤욕이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 아이들과 다르다. 조용히 하란 말에 조용히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떠든다. 반에 ADHD 아이들이 많아진 탓도 있을 것이다.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딱 봐도 ADHD인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이 몇몇 미꾸라지들이 교실을 좌지우지하고 난장판을 만든다.
어제 너무 울고 지쳐서 힘도 없는데 1시간 내내 지속되는 소음들이 견디기 힘들다.
활동에 집중해라, 손으로 하는 활동이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떠들면 강당 가서 체육활동할 때 구경밖에 못한다는 반협박도 하지만(이것도 학생의 학습권 박탈로 교사가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끄덕도 안 한다.
우리 뇌는 정말 어떤 협박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게 만드는 어떤 부분이 있나 보다.
점점 예민해지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되나.
종례 전 청소 시간 결국 나는 터져버렸다.
소리를 지른다...............
이럴 거면 그냥 병가나 내지............
내가 있어서 소리나 지르는 것보단, 없어서 아이들이 겁먹지 않고 편안하게 보내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이럴 거면 병가나 내지. 제대로 하지 못할 거 뭐 하러 꾸역꾸역 와서 애들한테 또 못 볼 꼴을 보이고 있는 건지. 한편으로는 소리를 지르니까 그제서야 빗자루 들고 청소하는 영악한 아이들에게도 화가 난다. 제발 그냥 청소하자 할 때 빗자루 들고, 옆 사람과 이야기 그만하고 딱 5분만 성실하게 청소를 하자고요.
그 옛날, 이 아이들 나이 때 손걸레를 손에 끼고 무릎을 구부리고 엉덩이를 든 채 앞에서 뒤로 왔다 갔다 하며 마루바닥 딱던 우리반 친구들과 나의 모습도 떠오른다.
난 꼰대다. 어쩔 수 없이. 그 40년 전 일을 기억하며, 너희들은 이것도 청소라고 이렇게 말을 안 듣냐고 한숨이나 쉬고 있으니.
한 없이 힘든 하루다......... 이렇게라도 써대지 않으면 더 터질 것만 같은 하루다.
아들과 한바탕 충돌 후 정신과 약을 몽땅 다 먹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있던 어제의 내가 두려워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