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
The horror! The horror!
공포다, 공포!
아프리카 오지의 상아 교역 소장 커츠(Kurtz)는 미개한 대륙에 있는 원주민들에게 문명을 전파하겠다는 제국주의 특유의 오만함을 지니고 있다. 그는 흑인 원주민들을 지배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진다. 말로(Marlow)는 상아를 실어오고 커츠를 데려오는 업무를 맡았다. 돌아오는 배에서 커츠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기라도 하듯 “공포다, 공포!”라고 말한다.
소설은 작가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의 옛 선상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야기는 선원 말로가 어떤 미지의 인물에게 커츠와 관련된 지난 일을 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마치 작가가 본인의 선상 경험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이야기는 영국 템스 강 하구에서 오고 간다. 말로는 ‘푸주한’과 ‘경찰관’이 있는 문명의 삶을 안정적으로 누리는 이들은 아프리카 밀림에 있었던 커츠의 경험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의 일상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없는 아프리카 밀림에서의 커츠의 삶은 문명의 삶과는 완전히 반대되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또한 말로는 커츠를 통해 경험한 끔찍한 일을 전하면서 은근히 우월감을 보이기도 한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군림하던 커츠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의식’, 즉 식인(食人)을 자행하게 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한다. 그는 원주민들을 ‘개화’하려는 의도로 아프리카에 갔지만 결국 그 안에서 영혼을 빼앗기며 본인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커츠는 보고서에 미개한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박애정신을 전한다고 작성을 하면서도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모든 야만인들을 말살하라(Exterminate all the brutes)’고 휘갈겨 쓴다. 이것은 영국의 제국주의는 지배를 당하는 식민지는 물론, 지배자의 도덕적 타락과 파괴를 초래한다는 중요한 뜻을 내포한다. 말로는 커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커츠에게 동질감을 느끼지만 커츠의 타락을 통해 어떤 악의 실체를 보게 된다. 이것은 곧 말로의 자기 발견(self-knowledge)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말로는 커츠라는 인물을 통해 본인을 투영하고 본인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소설 제목 Heart of Darkness가 말하는 어둠이란 콩고 밀림 자체의 어둠,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자행하는 잔인한 처우의 어두움, 인간이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 있는 내면의 어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커츠는 어두운 콩고 밀림으로 들어가,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어둠을 자행하고, 그 역시 내면의 어둠까지 보게 된다는 순서를 맞이한다. 그 끝에서 그는 자신의 악행 자체를 두려워하며 “공포다, 공포!”라고 하며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