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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엘 Dec 20. 2020

기억은 당신을 떠올리게 하죠

memories bring back you

누구나 전주만 들어도 울컥하게 되는 노래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겐 마룬 5의 Memories가 그렇다.



2019년 초반 마룬 5는 퇴물 느낌이었다. 공연 때마다 아 이제 마룬 5도 망했네, 구리다라는 평이 많았다. 특히 2019년 2월에 있었던 미국 NFL 슈퍼볼 축하무대에서 그 비난은 정점을 찍었고, 그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좋아요 대비 싫어요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화제가 되며 전 세계적인 조롱을 받았다.


그리고 몇 달 후 싱글 Memories가 발표되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팝스러워도 록은 록이고 밴드는 밴드라서 악기를 다루고 사운드를 다루는 팀이 내놓는 노래는 예상을 빗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노래는 보란 듯이 내 예상을 정확하게 빗나갔다.


Memories는 마룬 5가 오랫동안 함께 일을 했던 매니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추모하면서 동시에 그와의 기억을 축복한다. 가사에서 toast(축배)라고 표현하는데 떠나간 이와의 기억이 있음을 자축하는 이 무드가 듣는 사람을 마냥 슬프게만 하지는 않는다. 노래에서 애덤 리바인은 떠나간 이, 떠나갈 이, 남은 이들을 모두 축복하며 건배를 올린다.



 이래서 마룬 5구나..  이래서 스타구나.. 거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덤 리바인의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컷으로 비춰지는데  선택 또한 정말 탁월해 보인다. 음악은 진정성 그거 하나면 된다는  아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본다. 애덤 리바인이 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떠나간 이를 그리며 가사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을 표정으로 생생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나는  진정성이 너무 좋다. 밴드가 좋은 이유는 노래가 바로  사람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노래하고 가치관을 노래하고 삶의 태도를 노래한다. 그래서 무대 퍼포먼스라는 것을 애써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노래만 들어도 공연하는 모습만 봐도 그냥 노래가  사람 자체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예술가 본연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재미를 안겨준다.








얼마 전 MBC FM4U 라디오에서 DJ를 바꾸어 진행하는 패밀리데이가 있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코미디언 김신영이 진행을 했는데 내가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김신영은 방송을 정말 잘한다. 라디오 진행도 진짜 끝내주게 잘한다. 천재다. 그래서 그가 패밀리데이 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캠프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대가 됐는지 모른다.


김신영 특유의 재치와 익살이 넘실거리는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클로징 음악이 흐르자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 김신영은 그 날 특별히 본인이 선곡해 온 노래를 틀었는데 마지막 곡으로 마룬 5의 Memories를 선곡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멘트를 했다.



참 마음 아프게 친구들을 많이 보냈어요. 그 친구가 어디에 있든 내 가슴에 있든 하늘에 있든 나는 늘 기억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선곡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lPhMPnQ58k

부담스러운 클로즈업 이더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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