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과연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떤 이는 매 순간이 즐거워 어깨춤을 들썩일 테고
어떤 이는 괴로운 일상에 단 한 번도 춤이란 걸 경험하지 못했을 테지.
지독하게도 남을 의식하는 문화에서 자라난 이 코리안들은 춤추는 걸 상당히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개인적이고 더 자유롭고 더 개방적이라는 지금의 청춘들은, 이상하게 (밴드) 공연만 가면 점점 수동적이 되어서 잭만 꽂아도 난리 난다는 건 이미 라떼썰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도 우리의 이 무거운 궁뎅이를 들썩이게 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불고기디스코.
왜 이름이 불고기디스코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닥치시고 노래 '춤추자'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아 정말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드립니다요. 디스코는 디스코인데 불고기처럼 지글지글 들끓으면서 달콤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악을 한단 말입니다. 아이고 이름 설명 정말 지겨워라. 뜻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냥 한 번 들어보시지요.
이들은 야심차게 밴드 결성을 하자마자 바로 코로나가 터져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는데도 극한의 긍정을 노래하는 'Alright', '파랑새'등을 만들었다.
이현송은 정말로 미친놈이 아닐 수가 없다. 예능에는 노홍철이 있다면 밴드에는 이현송이 있음. 떡줄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말 따위는 좆까고 그냥 김칫국 까짓 거 마시자는 노래 '김칫국'도 있다. 전부 코로나 시기에 발매한 노래들임.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아 어지간하면 사람의 이미지라는 걸 잘 믿지 않는데, 이 노래들을 듣고 나서 정말로 이현송은 긍정적인 인간이라고 인정을 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현송은 여전히 미친놈이구나. 그냥 이런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부를 팔자인가 보다.
한 십 년 전쯤이었나. 어느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는데 옆을 보니 이현송이 있었다. 그래서 그 파란 머리 미친놈과 어깨동무하고 놀았다. 같이 사진도 찍었었는데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겄다.
이현송은 그때도 멋있었지만 지금이 더 멋있어진 것 같다. 불고기디스코 무대를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이현송보고 최고의 프런트맨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 시대의 최고의 프런트맨이 맞음. 난 이런 프런트맨을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면 어지간한 말은 다 뻔하고 새롭게 와닿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대화를 할 때 말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태도와 화법에 집중하게 되었다. 음악도 마찬가지. 메시지가 백날 긍정적이어도 사운드나 연주가 구리면 '관심 없음' 버튼 하나 띡 누르고 내가 그 노래를 플레이했음을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그런데 불고기디스코의 연주는 쫀득쫀득하게 자꾸 구미를 당겨서 평론질이고 나발이고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다. 닥치고 그냥 즐길게요.
연주를 저어어엉말 잘해야 도전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디스코가 아닐까. 근데 도전이 아니라 디스코를 아주 그냥 주물럭거리면서 너무 맛있는 불고기를 한 상 차려주니 우리는 맛있게 쌈 싸 먹으면 된다.
얼마 전에 오랫동안 기다렸던 불고기디스코 단독공연을 드디어 다녀왔다. 새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신곡을 들려주는 자리라 셋리스트 대부분이 모르는 노래임을 각오하고 갔음. 게다가 좌석이라니 어쩌면 '춤추자'를 앉아서 들을수도 있으리라 예상도 했다. 다행히 중반부터는 일어나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고 '춤추자'는 앵콜로 다시 해서 아쉬움을 만회했다.
신곡들이 모두 기존곡의 연장선 개념으로 작업되었다고 하니 기존곡들과 매치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식으로 신곡들이 발매가 되면 아주 많이 들어볼 생각이다. 일단 '다가가'가 매우 좋습니다. 이현송 특유의 긍정이 역시 돋보이고 멜로디라인이 아주 대중적인데 중반부터는 미친 연주가 몰아칩니다. 아무래도 불고기디스코는 천재가 맞는 것 같다. 이런 천재들이 음악을 계속해줘서 참 다행이다.
맨날 노래 들을 거 없다고 씨부렁대도 이런 천재들 덕분에 삶의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그려.
제발 부탁인데 글래스톤베리로 좀 꺼져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