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쏨바디 Jul 10. 2021

#3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집 가는 길, 무한 재생한 1차 편곡


"한 번 불러보실래요?"


피아노 음이 노래로 탄생하는 걸 보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여는 느낌을 받았을 때  

편곡 선생님이 나에게 하신 한마디.


"제가요? ( 갑자기요?)  "


 물론 내가 만든 노래니 이왕이면 내가 부르면 좋겠지만

남이 듣는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뻘쭘하고 어색했다. 학창 시절의 노래방과는 상황이 다른 거다. 일단 살면서 노래를 부른 횟수 자체만도 많지는 않은 편이고 결정적으로 가사! 내 노래의 리듬이 약간 Euro Pop 장르 같아서 비교적 간단한 문장으로 대충 영작을 한 것들만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원어민처럼 유창하지도 않은 영어로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그러니깐 노래 부르는 것도 어색한데, 거기다가 영어로 불러야 한다는 거다. 


"너무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그냥 가이드 노래같이 음 입혀본다고 생각하고 해 보세요" 


그래, 음반으로 발매되는 것도 아닌데 일단 해보자.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녹음하고 듣는 나의 목소리는 나를 엄청나게 민망하게 했다. 왜 이렇게 매끄럽게 부르지 못하며 영어 발음은 또 저 모양인지 조금 부끄러웠다. 심지어 가사도 완성되지 않아서 노래 말미에는 따라라~하면서 억지로 가사를 입혔다. 나는 팝송 전문가가 아니지 않은가? 살면서 영어로 노래를 불러본 적은 이번이 생에 처음이라 그럴 수 있는 거다. 


그렇게 나온 1차 편곡.


"곡은 MP3 파일로 메일로 드릴께요, 기본적인 Build up만 한 상태이니 발매하실꺼라면 좀 더 전문적인 곳에서 다듬고 믹싱과 마스터링 하셔야 될 거예요"


그렇게 원데이 클래스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매우 떨리는 마음으로 파일 재생을 클릭했다. 

 내가 만든 리듬을 베이스로 한 음과 내 노래가 하나가 되어 탄생한 노래라니, 멋지지 아니한가?

사실 들으면서도 내 가창의 엉성함과 삐걱거림이 느껴져서 민망했지만 , 그대로도 충분히 좋았다.


집에 도착하고서도 나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무려 약 2시간 이상 무한반복 청취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단언컨대, 그 당시 희열과 짜릿함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살면서 느껴본 가장 벅찬 감정들 중 하나였다.


1차 편곡된 노래 ( 매우 오글거릴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작가의 이전글 #2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