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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Aug 01. 2021

#5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지금 학생분은 노래를 코로 부르고 있어요



그렇게 나는 본의 아니게 얼떨결에 내 생애 첫 보컬학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정말 인생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노래를 잘해보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었기에 그런 곳은 나와는 평생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음악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만 보컬학원을 다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무지였다. 예상외로 평범한 학생 혹은 성인 분들도 그냥 노래를 좀 더 잘 부르고 싶어서 다니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무언가를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어라.


어느 빌딩 5층, 조그마한 방에 들어가자 살짝 나보다 앳되어 보이시지만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눈 이후 바로 노래 한번 들어보자고 말씀하시는 선생님. 


나는 가수가 아니다고 되뇌며 편하게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데 더더욱 영어로 노래를 불러보는 건 생에 처음이다 보니 부드럽게 처리해야 하는 발음 부분이 특히 부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Mom, 맘 이렇게 바로 노래하시지 마시고요. 앞에 음을 덧붙여보실게요. 음~맘 이런 식으로 요"


"음~~ Mom (맘)"


"지금 쏨바디님은 노래를 코로 부르고 있으세요 계속, 코를 쓰시면 안 되세요"

 

"제가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


그렇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노래를 코를 사용해서 부르는지 아닌지 진지하게 깊이 생각해볼 일이 애초에 없었기에 다소 당황스러운 지적이었다. 노래를 코로 부르면 안 된다고 얼핏 들어봤던 것 같긴 한데.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코로 노래를 불렀고 (역시 갑자기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 선생님은 손으로 얼굴의 광대 부분을 살짝 들고 붙잡으면서 노래를 해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다.


놀랍게도 이렇게 하니 나의 '코로 부르는 노래'는 조금 나아졌다. 물론 아주 조금이다. 나는 이후 녹음할 때에도 여전히 코를 사용해서 노래를 불렀다. 어쩔 수 있겠나 모든 사람이 완벽히 잘할 수는 없는 거다. 모든 사람이 다 노래 잘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그 세계에서는 노래를 잘한다는 게 무의미한 것이 될 테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기는 내가 요즘 마음으로 번복하는 말들 중 하나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하는 것을 깜빡했던 살짝 웃긴 일화 한 가지 남겨본다.

편곡자 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선생님이 나의 얼굴을 잠깐 보시고서 하셨던 한마디가 집에 가는 길에 생각나서 소소하게 웃었다. 


"아시다시피, 요즘은 뭐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나이가 중요한 시대는 아닙니다! "


선생님은 나에게 살면서 늦은 때는 없다는 격려의 힘을 불어넣고 싶으셨던걸까?

다음 이야기에서는 노래 작사와 관련된 해프닝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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