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사실 1가지.
기르는 식물을 포함한 자연, 과일 그리고 반려동물이
어느 순간부터 프로필 사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란다. (특히 중년이신 분들)
물론 이것은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이 반려동물이라고해서 중년을 의미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은 학창시절에는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었다.
(여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손자, 손녀 앨범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생전 풍경 사진은 잘 찍지 않던 나였는데, 작년 가을 수십 장의 낙엽 사진들을 찍었던 것 같다.
똑같은 사진 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구도가 모두 조금씩 다르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진.
매일 형형색색 변하는 낙엽들의 색깔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확대해서 자세히 담아보기도 하고 암튼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10분이라도 낙엽 속을 걷고 나면 마음이 가득 차고 한껏 풍요로워져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댕댕이와 자연을 찾는 걸까?
글쎄, 이에 대한 해답은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내 짧은 생각은 이렇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각자의 상처와 힘듦은 꾸역꾸역 마음 저 깊은 속에
넣어두고 현생을 버텨내면서 살아가기에 바쁘다.
지나간 것과 상처에 집중하자니, 인간은 현재를 살고 먹고살기에도 바쁜 인생 아닌가. 뒤돌아 볼 여유조차 없는 바쁨이다. 왜 당장 집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애써 태연한 척 회사를 출근해야 하는 어느 날의 우리처럼 말이다.
애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잘 안 풀리나, 혹시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삼재?!
생전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고 믿지도 않던 사주 보는 것을 고려하게 되는 그런 시기를 우리 모두는 성장통 같이 통과 의례로 지나간다.
나 또한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매일 아침 '네이버 무료 운세'를 그렇게 열심히 찾아봤더란다.
물론 그게 적확도가 높은 신뢰할 만한 운세가 아님을 잘 알면서도 내심 반신반의였다.
그러다가 가령 어느 날 "오늘은 좋은 행운이 다가올 듯하다" 이런 말이 있으면.
기대하는 마음에 한가득 끌어안고 버거워하던 짐이 조금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면서 말이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성장통 혹은 시련이지만 우리들의 삶이라는 선택지에는 애석하게도
그런 보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인생이 가혹하다고 느껴지는데
어쩌면 모두에게 어느 정도 그런 시련을, 방식만 다르지만 동일하게 준다는 점에서
이런 걸 형평성 있다고 말해야 하나?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그 터널을 지나가는 우리에게는 무언가 의지할 것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 '작고 귀여운' 순수한 것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그 대상은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변하는 우리들과 달리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포옹해준다.
삶에 치이느라 오랜만에 찾게 되어도 묵묵하게 반겨준다.
항상 일관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고나길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는 알지 못한 노력들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에게 위안과 위로를 무한대로 주고 다시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도록 온기를 준다.
그래서 그러한가보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댕댕이와 자연을 찾는 이유는.
당신은 어떤 것에서 위안과 위로를 얻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