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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RO May 15. 2020

최적의 어린이 마스크를 찾아라

엄마의 미션(mission)

 2019년 12월 이후 코로나 19로 나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굳이 ‘모호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첫째,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 있어야 했고

둘째, 재택근무를 해야 했으며,

셋째, 특별한 날 ‘외식’이 아닌 ‘배달음식’.


등으로 대부분의 일과가 집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휴대용 손 소독제를 지니고 다니면서 필요한 외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나는 꼼짝없이 집순이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언제나 넉넉하게 준비해 놓고 부모님이 오셨다 가시면 한 움큼씩 쥐어 드리며


“ 미세먼지 많은 날은 제발 좀 마스크를 쓰고 다니세요.”


하던 딸이었는데. 지금은 소심하게 한 장 드릴까 말까 하는  얌체 짓을 해야 하는 마스크가 빈곤해진 딸이 되었다.  


 그나마 성인 마스크는 그래도 며칠 버틸만하게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아이었다. 한참 뛰어다닐 6세 남자아이기에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만 쓸 수 있도록 소량의 마스크만 준비해 놓았던 터라 아이와 함께 ‘코로나19’라는 정글 속을 헤쳐나가기 위한 장비(?)가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아이의 마스크를 구해야 했으나 어딜 가나 품절에 유아용 마스크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불 밖은 위험해


 TV 예능 제목이 현실화되는 시기였다. 아이는 집에서 놀고 먹고 자는 것이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만 머리에 꽃 달기 직전이었을 뿐.


나는 한국어 강사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외국인 유학생의 유입이 줄었고,  그 탓에 2020년 봄 학기의 신입생은 거의 없었으며 강의 시수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게 되었다. 급여가 줄어들게 되어 속상했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어 그 준비 또한 만만치 않아 수업시간보다 준비시간이 더 길 정도였으니, 동료 강사들이 오히려 나에게 부럽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수입이 줄어 “집밥 이선생”이 되어야 했으므로 인생은 쉬운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나는 무조건 유아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친정 엄마 찬스를 쓰고 여기저기 약국을 찾아다녔다.


미션 1. 소아과 근처의 약국으로 가 보자.


 8군데 정도를 돌았지만 입구에서부터 “마스크 품절”이라는 글자가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밀어내고 있었다. 좌절...


미션 2. 지인 찬스를 써 보자.


 “ 어머니, 혹시 그쪽 병원 근처에 있는 약국에 유아용 마스크를 파는지 알아봐 주세요.”


 어머니는 외아들의 외아들인 하나밖에 없는 손주의 일이라면 언제나 적극적이시다.


 “ 찾았는데 5장 들어있는 1묶음이 20,000원이네. 6묶음 샀어. KF80인데 괜찮니?”


어이쿠,

마스크 가격이 살인적이다.

마스크를 구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죄송함이 밀려왔다. 감사하다는 말과 돈 보내드리겠다는 말 한마디에 열 마디 잔소리를 들었다. 어머니 덕분에 아이와 잠깐이라도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스크 5부제 구입이 시행되었고 그러던 중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다. 우리 부부는  주민번호에 맞춰 약국에서 아이 마스크를 사 왔다. 그것도 그나마 유아용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여전히 구매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 마스크는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


 유치원 개학도 곧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 자녀에 한하여 긴급 돌봄 인원을 조금 늘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전히 불안함은 존재하지만.


 이제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아니라 아이들이 활동하는데 숨쉬기 편한 덴탈 마스크를 구해야 했다.


 역시나 인터넷 쇼핑으로는 중국산을 제외하고는 전부 품절이었다. 국내 제작 어린이용 덴탈 마스크는 역시나 또 구하기 어려웠다.


 어린이용 마스크는 왜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 것인가!!


미션 3. 국내 제작 덴탈 마스크를 구하라.


 중국산 마스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7시간 이상 쓰고 있어야 하는 마스크이기에 기왕이면 국내산을 씌워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라 해 두자.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션 3은 실패하고 말았다. 급한 대로 중국산 덴탈 마스크를 주문했고 지금 일주일째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언제 배송될지 모르는 어린이 덴탈마스크. 매일 배송상태를 확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품준비중이다.


 마스크 대란이 끝나서 공적 마스크 가격도 인하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지만, 여전히 어린이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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