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올해 말 때쯤 이사가 예정되어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니 한 학기 동안 알게 된 친구가 조금 있다. 아니 한 명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단지가 아니라서 또래 아이들이 많지 않다. 아이는 유치원 친구도 한 명, 초등학교 친구도 한 명이다. 초등학교 때 사귄 친구는 3월부터 초등학교 하교 후에 가끔 한 시간씩 놀았는데 그새 많이 친해졌나 보다. 아파트에 아이가 없다 보니 엄마들도 아이의 친구관계가 은근 스트레스이다. 초등친구 엄마에게 올해 말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사를 간다고 언제 말해야 하나 속으로 끙끙거리다가, 우연히 이사 이야기가 나와서 그냥 말해버렸다. 이사를 간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해도 불편하고, 말하지 않아도 불편한데, 이사 가는 건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용기 내서 말한 건데, 잘한 건지 잘 모르겠다. 많이 서운하고 섭섭해하시는 게 느껴졌다. 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인데 이사를 가니 아이가 많이 속상할 거라고 하셨다. 나도 덩달아 속상하고 헤어짐이 아쉬웠다.
오늘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하는 첫 등교날이다. 아침등교는 아빠가 도와주었고, 하교할 때는 내가 나왔다. 집을 나오기 전부터 아이 친구와 친구엄마를 만나는 것이 조금 불편하고 왠지 모르게 미안하였다. 불편한 마음 가득 안고 학교 앞에 서 있는데, 친구엄마가 반갑게 인사를 해주어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한 시간 정도 아이들이 놀 동안 나는 이상하게 계속 미안했다. 친구엄마가 이제 우리 가족이 떠나면 아이가 많이 아쉬워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으니 또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랬다. 그 엄마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2학기가 4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동안 계속 불편하고 미안하고 어색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제 이 동네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매 순간이 소중하고 아련한 느낌이다. 잠깐씩 놀았던 동네 동생들과 형아들, 그리고 친구들이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이 동네에 온다면 그 아이들은 못 알아볼 만큼 커있겠지? 이사라는 건 정말 이상하리만큼 엄청난 사건인 것 같다. 단순하게 이사를 결정했었는데,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까 매일 접했던 사람들, 풍경들, 우리 집 등등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하나씩 하나씩 다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떠난다고 보니 내가 살았던 동네가 너무 이뻐 보이고 정겨워 보이는 건 왜 그런 걸까? 생각보다 헤어짐이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