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은 Nov 08. 2023

삶의 주인

자신과의 관계 #4


사람은 모든 걸 다 갖추고 태어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 입는 것, 배설하는 것조차 누군가의 손을 의탁해야만 가능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함으로 인생을 시작하는 동물이 사람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오히려 부족한 것투성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 투성이로 이 세상에 덩그러니 나왔다는 것.

그것이 사람의 본질이다. 그러니 자신이 좀 부족한 것이 있어도 너그러이 이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조건 잘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친다. 주변의 사람들의 말 때문만은 아니다.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이다. 물론 어릴 적엔 '자신' 보다는 '타인'의 책망에서 비롯되었을 테지만, 이제는 이러한 말을 가장 많이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이다.

해도 해도 끝도 없는 굴레에 갇힌 사람 마냥. 안타깝기 그지없는 삶을 살고 있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으려 하면,

"네가 지금 그럴 때야? 해야 할 일 다 해놨어?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지금 쉬겠다는 말이 나와?"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말들이 귓가를 맴돈다.

기계도 아닌 사람일진대, 어떻게 매번 돌아가는 기계처럼 움직일 수 있느냔 말이다.

오히려 그런 것을 요구하는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당당히 말해야 한다.

"왜? 내가 그러면 안 되는 이유가 뭐가 있지?"

"난 내 일을 성실히 해내고 있고, 지금껏 쉬지 않고 해왔어."

"이 모든 건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한 일인데, "

"지금 쉬어야 할 때인지 아닌지를 멈춰서 고민하는 게 왜 나쁘지?"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의 자리를 꿰차야 하는 것.

그것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내가 이걸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이걸 성공으로 이끌지 않으면 사람들은 나를 실패자라고 할 거야"

"실수하면 안 돼. 여기서 실수하면 끝이야"

이런 말들은 사실, 타인이 내게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타인에게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상상하며 하는 말이다.

우린 이런 가상의 말들을 신경 쓰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 가상의 말들을 내 삶의 '주인'으로 앉히고 자신은 '하인'의 역할을 자처한다. 그러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삶.

이것이야 말로 비극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고 권리 또한 하나씩 되찾아야 한다.

'가상의 말'은 일단 집어치우자. 그건 나를 좀 먹는 말일뿐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열심히 하고 싶은 '그 무언가'를 찾는 게 먼저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는지.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지.

무엇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마냥 하기만 하는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뭐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어떤 것을 했을 때지?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어떤 행동, 어떤 순간, 어떤 사람과의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했고 만족스럽게 했는지.


그걸 찾지 못하면 곁에 있는 파랑새를 보지 못하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파랑새를 찾아 헤매게 된다. 자신의 빛나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괴롭기만 한 시간으로 가득 채우면서.

우리의 인생은 한없지 않고 빛나는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은 빛났다고 고백하는 순간이 오길 희망하자.

그 한 번의 행복을 맛본 순간이 있는 사람은 때때로 좌절이 오고 어려움이 닥쳐도 기꺼이 이길 힘이 생긴다는 것. 그걸 잊으면 안 된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그 순간, 그 한 장면을 위해 기꺼이 '휴식'을 갖자.

어쩔 수 없이 갖는 쉬는 시간 말고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찾아내어 이러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자. 행복과 만족은 절대로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므로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어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일 따위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길 희망한다.


바쁜 삶, 빠르게 흐르는 삶을 사는 우리들이 가장 쉬이 놓치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의 삶'이다. 자신이 선택해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삶 말이다.


오늘도 열심히 사는 그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먼저 알고 살아보자.



작가의 이전글 신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