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아는 척, 모르는 척 해라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린 지 시간이 꽤 지났다.
이런저런 글은 화제가 되어 조회수가 꽤 오르는 걸 보았다.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다. 나는 학술서적이긴 하지만 출간한 책이 여러 권 있는 저자인데 내 소개에 내가 쓰거나 번역한 책들이 언급되다 보니 브런치에서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바라는 익명성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몇 편의 내 글에서는 내 직장과 업무 내용 등을 스스로 공개한 것처럼 되다 보니 내 글을 읽는 독자는 마음만 먹으면 클릭 몇 번으로 내 신상을 조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공공의 질서를 무너뜨리거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마음 놓고 내 생각과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망설이지 않고 피력한다.
그런데, 나를 아는 소위, 지인들 중에 나의 브런치 글을 꼬박꼬박 챙겨 읽는 분들이 있다. 여기까진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뭘 그렇게까지 썼어, 별거 아니더만"
"그게 그렇게 화가 나셨어요? 뒤끝 있으시다~"
"시시콜콜 유심히도 챙겨봤더구먼. 나도 이제 조심해야겠어"
그렇게 아는 척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남들에게 관심받고 공감받는 글을 올리고 싶어서 과장하고 재미있게 구성해서 실제보다 흥미롭게 써봤는데 살 좀 보태고 표현 좀 그럴싸하게 포장한 걸 굳이 나에게 찾아와 요구하지 않은 감상평을 건네거나 실제와 좀 다른 거 아니냐고 따지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나는 기사를 쓰는 기자도 아니고 직접 취재한 사실만을 쓰겠다고 서약한 르포 작가도 아니다.
이런 이들 때문에 특정 독자가 내 글을 안 읽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특정인에게 내 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으나 방법을 못 찾았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작가가 책을 출간했는데 누구에게는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그래 당신.
남 쳐다보지 말고 나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고 부탁하지도 않은 내 브런치 주소를 배포하면서 내 실명과 직장을 엮어서 광고까지 하는 당신!
이젠 안 그랬으면 좋겠네. 호의로 하는 거라니 고맙긴 한데 내겐 그닥 도움이 안 되네요.
특히 나에게는 아직도 극복해 가는 과정 중에 있는 아픈 기억이나 새롭게 도전해 보는 경험담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언급은 정말 상처가 된다.
당신 말처럼 정말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의견을 주는 것이라면 모두가 볼 수 있게 댓글로 달고 아니면, 내 글을 읽되 내 앞에서는 굳이 읽은 척 안 해 주면 참 좋겠다. 내가 내 글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나 반응을 묻지 않았다면 내 글에 대한 상세한 당신의 감정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내가 올린 이 글을 읽었다면 감사! 하지만 모른 척 플리즈.
좋아요 눌러준 걸로 내게 독후감 폭력 행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