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봄에 우수수 떨어지는 잎사귀

권고사직 후, 나에게 생긴 이상징후 계획집착증

by 이세상

완벽주의자가 아니라서, 꼼꼼하지도 계획이 따로 있지도 않다보니 마냥 시간만 흘러가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취미, 일상, 지인 일정 관리하던 먼슬리 1년 스케쥴러가

모두 회사이름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글을 쓰고있지만 불안하고 뭔가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이것은 불안증과 계획 집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를 다닐땐 눈뜨자마자 출근준비를 하며, 지하철에서서 책을 읽는다.

업무를 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을 가든, 지인을 만나든, 부업을 준비하든

스케쥴러에는 항상 그러한 것들로 가득찼다.


하루하루 일정들을 채워가며 힘들고 피곤도 하지만 그 뿌듯함이 너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솔직히 "나 열심히 살자나" 하면서 자기 뽕에 취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그 감정이 지금의 계획 집착증을 만든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좀 쉬어가면서 해도 돼.”, “왜 이렇게 조급하게 생각해?”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


그런 여유는 오히려 불면증을 불러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운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준비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손에 쥐고, 구직 사이트에 지원서를 하나하나

넣으며 시간을 보냈다. 2025년 4월 내 먼슬리 스케줄러엔, 회사 이름들로 꽉 차 있었다.


분명 날씨는 화창한 봄인데, 나의 스케쥴러에는 겨울에 우수수 떨어지는 잎사귀 마냥

서류탈락과 함께 빗금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정말 비참했다.

긁히지 않는 복권에, 우수수 떨어지는 잎사귀 정말 나는 못난이라고만 생각했다.


매일 눈뜨면 메일과 구직사이트만 보고있는 내가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치만 이제는 다른걸로 채워보겠다고 생각하며 계획집착증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산적이고 내가 해오던 일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공모전이며 콘테스트며 참여하기 시작했고 하루에 하나씩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현재 뽑히거나 성공한 결과물은 없다.

여전히 볼품없는 떨어진 잎사귀와 같다.


그치만, 나는 나에게 나를 증명해내고싶다. 지금 이순간도.

다짐한다. 부정적인 이 순간도. 반드시 지나갈 것이라는 것도.

내가 내려놓기 전까진 절대 실패가 아니라는 것도.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는 순간이 오면 나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와 있을지도.



[이세상 생각]


해오던 직무와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 낯선 것들을 해본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작가를 해보려고 한다거나, 그림을 그려 콘텐츠로 판매해본다거나, 쿠팡 판매자가 되기 위해 강의를 들어본다거나, 영상 또는 AI를 활용해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등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뭐가 또 기회가 될지 모르니까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메모하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또 새로움을 맞이할 때, 내가 나에게 ‘당연히 난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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