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떠도는 단 말을 마신다
목구멍 타고 내려가는 시원함
아, 얼마나 통쾌한가
저 얼굴을 지우고 나면
얼마나 깨끗할 것인가
손가락은 언제나 저편을 향하고
그들은 언제나 이편에 서서
돌을 던진다
정의와 신의 이름으로
증오한다는 것은
타인의 얼굴을 지워버리는 일
다른 목소리를 잠재우는 일
그리고 끝내
거울 속의 나를 보지 않는 일
우리는 입에 고인 쓴 침을 삼킨다
입안이 쓰고 목구멍이 막힌다
지워야 할 것은 얼굴이 아니라
우리를 짓누르는 것들
공장의 사이렌 소리
아파트 담벼락의 곰팡이
월급날 계산기 두들기는 손가락
분노한다는 것은
내 안의 비겁함까지 미워하는 일
동료의 뒤통수까지 의심하는 일
그러나 함께 걸어가는 일
그들의 집회에는
바람이 분다
목소리와 몸짓이 하나인
같은 구호가 메아리친다
— 무엇을 부술 것인가
우리의 거리에는
바람이 운다
제각각 다른 목소리들이
하나의 물결을 만든다
— 무엇을 세울 것인가
희망한다는 것은
부서진 자리에서 새로 심는 일
작은 목소리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일
그리고 끝내
마주댄 무릎의 온기를 나누는 일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