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무릎에서 자란 민들레는
아스팔트를 뚫고 나와
세상에서 가장 반듯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그런데 왜
할머니는 울고 있을까
***
새벽 다섯 시
아버지가 문을 잠그는 소리
나는 창문으로 도망쳐
매미 울음소리를 따라간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
동생은 모범생이고
나는 문제아다
동생은 상장을 받아오고
나는 상처를 받아온다
그런데 밤마다
동생이 내 방으로 와 말한다
“형, 나도 도망치고 싶어”
***
우리 동네 슈퍼 앞에서
할아버지들이 바둑을 둔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우리 때는 말이야”
할아버지의 흰 수염 사이로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간다
***
첫사랑은 전학을 갔고
두 번째 사랑은 유학을 갔고
세 번째 사랑은 결혼을 했다
나는 여전히
이 골목에 남아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혼자 춤을 춘다
***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꽃들이 시들었다
아니다
내가 색맹이 되었다
빨간 장미도
노란 개나리도
모두 회색으로 보인다
***
그래도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거울을 본다
“오늘도 반역하며 살자”
창밖의 참새가
짹짹 웃는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