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본질은 계급이다

by 진경


공정이라는 말로 탄핵했지만

위선이라는 말로 비판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날선 말들이 닿을 수도 없는 곳.


강남의 고층 창문에서 흘러내린 햇빛이

아이의 책상 위에 먼저 자리를 깔고,

부모의 오래된 졸업장은

자녀의 길목에 표지판처럼 세워진다.


우리는 도덕의 언어로 분노했지만

언어로는 담지 못한 감각의 진짜 이름은

계급이었다.


어떤 아이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도

이미 늦은 것이고,

어떤 아이는 오후 세 시에 일어나도

여전히 앞서 있다.


그들의 ‘스펙’은 세습되고

우리의 ‘노력’은 증발한다.

보이지 않는 천장에 닿을 때마다

우리의 호흡은 잘리고,

그들은 계단을 밟지도 않는다.


위선을 벗겨내도

공정을 외쳐도

계급의 뿌리는

아스팔트를 뚫고

더 깊이, 더 어둡게 내려간다.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같은 사다리를 오른다고

착각했다는 것—

그들에겐 애초에 사다리가 아니라

천장을 뚫고 떠오르는

금빛 날개가 있었다는 것.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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