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세계에서

by 진경


절취선을 따라 찢어진 하루가

내 손목 위로 떨어진다.


당파들이 광장에 매장한

말의 시체에서 연기가 난다.

목소리는 허공에서 뼈끼리 부딪혀

가루가 되어 우리 폐에 들어온다.


편의점 야간 알바가

혼자서 도시락을 데운다.

전자레인지 ‘띵’ 소리 속에서

고단한 스물세 살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가자지구 잔해 밑에서

굶주린 아이가 소리 없이 운다.

위성을 타고 건너온 침묵의 울음이

내 스마트폰에 참혹함을 띄운다.


뉴스는 숫자를 토해낸다.

GDP, 환율, 사망자 —

분홍색 혀로 핥아 먹힌

무감각한 우리의 얼굴들.


그래서 나는

펜 대신 바늘을 집는다.


찢어진 것과 찢어진 것 사이,

실 한 올을 땀처럼 꿰맨다.

이불 솔기를 기워가며

세상의 구멍을 메운다고 상상한다.


밤 12시,

형광등 불빛 아래서

나는 내 그림자와 바느질을 한다.

바늘땀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아침이 오면

또다시 모든 것이 찢어지겠지만

그래도 밤새 기워낸

이 작은 조각들이 있다.


체온 36.5도의 증거로

여전히 따뜻한 것들이 있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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