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법은 길 위에 그어진다—
나는 나를 (그/그녀/그들)이라 부르지 않고
숨표 하나로 건너간다.
콤마의 얕은 다리 위에서
겹겹의 의미가 발밑을 흐른다.
사전의 여백에 흩어진 예문,
누군가의 목소리는 주석으로 잠든다.
대명사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짜인 그물,
호격은 서로를 부르는 다정한 위험.
우리는 이름을 여러 겹 접어
포켓처럼 사용하는 밤을 배운다.
교차로에서는 신호등이 모든 불을 동시에 켠다.
그곳에 서면, 나는 하나의 방향이 아니라
여러 길의 발화점이 된다.
급여명세서의 사선이 몸을 가르고,
휠체어 바퀴가 지나간 자국이
도시의 먼지와 뒤섞인다.
야간 버스를 기다리는 그림자들이
한 문장 안에서 겹쳐 선다.
성별/계급/나이/이주/장애/욕망—
슬래시는 경계를 가르는 칼이면서
우리가 건너는 얇은 나룻배.
하이픈은 임시 교량,
빗물을 잠깐 건너게 하는.
괄호는 안전지대이자
때로는 방 안을 더 좁히는 벽이 된다.
삭제선 아래 묻힌 낱말들,
저녁 햇살이 스미면 다시 떠오른다.
누가 누구의 문장에서 지워졌는지,
밑줄은 그 빈자리를 오래 기억한다.
나는 오늘의 주어를 바꾸었다.
그/그녀/그들/나는
서로의 호격이 되어 부르고,
문장 끝에 마침표 대신 쉼표를 놓아
다음 숨을 나눈다.
이야기와 증언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질문부호가 어둠에 박힌 반사표지처럼
나를 살아 있게 비춘다.
‘정상’이라 불린 문장이 흔들릴 때
균형이 찾아온다—
중심이 아니라, 서로의 기울기를
받아주는 각도로.
이 길의 문법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읽고 고쳐 쓸 때만
문장은 넓어지고, 복수의 계절이 도착한다.
여기, 당신의 숨결까지 담는 어법으로.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