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가격

by 진경


그는 말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소수자와 약자를 생각하자.“

연대의 말들은 정확하다.

발음도, 어조도, 음성도

오래 숙성된 스피릿처럼 진실하다.


알맞은 조명과 온도, 낮은 음악,

정숙하고 절제된 대화는

한 잔의 머그컵에서 흘러나온다.

창밖엔 무심한 일상이 지나가고,

정의와 평등은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는 비건이고, 환경을 걱정한다.

가끔 난민에 대해 시를 쓴다.

늘 옳은 편에 닿아 있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의 아파트는 외부인 출입금지.

말과 출입 사이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다.


그는 집회에 나가

연대의 구호를 외치고,

SNS에 분노를 유통한다.

모임이 끝나면 조용히 자리를 뜬다.

유리창 너머,

걷는 이들을 스쳐 지나간다.

거리의 숨결을, 그는 마시지 않는다.


그의 분노는 피로하지 않고,

그의 정의는 아름답다.

“나는 기득권이지만

깨어 있는 기득권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나 역시 여기 앉아 있구나.

내 손에도 라테의 거품이 들려 있구나.


우리는 모두

말의 값을 계산하고 있다.

어떤 말은 고가이고,

어떤 침묵은 무상이다.


오늘의 정의는 얼마인가?


저녁 7시,

청소원이 자리를 정리하고 지나갔다.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세계를 논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말보다 정확했고,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않았다.


말이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는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쓴웃음을 삼킨다.


그 양심은 너무 깨끗해서

더러워질 염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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