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두 개의 보이지 않는 기둥 위에 서 있다.
상호관용 그리고 제도적 자제.
이 두 기둥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토대다.
그러나 권력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
관용은 곧잘 선택적으로 쓰인다.
내 편에게는 너그러움,
타자에게는 무한한 적대.
제도적 자제는 더욱 쉽게 무너진다.
규범은 ‘나의 목적’을 위해 열리고
한때 외쳤던 원칙은
순식간에 ‘적폐의 논리’로 전락한다.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는 이유는
외부의 적이 강해서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내부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기 때문이다.
악마화는 상대를 소멸시키지만
동시에 공존의 언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제 없는 권력은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제도는 공동의 권위가 아니라
일시적 도구로만 남는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그러다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묵묵히 버티던 기둥이
내부의 균열로부터 무너져 내릴 때
그 붕괴의 책임은 결코 타자가 아니라
한때 민주주의를 가장 크게 외쳤던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