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중간에서 끊어지고
서로를 기다리는 일도 멈추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다리가 없듯
우리에게도 더는 다리가 없다
시작도 끝도 없는 만남들이 지나갈 뿐.
말들이 맥락을 잃고 떠다닌다.
“사랑한다”는 말이 어디서 와서
누구에게 향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문장들은 서로를 부르지 않고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 독백이 되었다.
기억들이 각각 홀로 존재한다.
첫 만남의 설렘, 이별의 아픔,
함께 걸었던 길의 온기—
이 모든 것들이 연결고리를 잃고
의미 없는 단편들로 흩어져 있다.
이제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무관심해졌다.
아무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완전히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라는 성급함이
모든 이야기를 가로막는다.
시간이 얇아졌다.
깊이 스며들 새 없이 모든 것이
표면을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은 만나지만 스치고
이야기하지만 전해지지 않으며
사랑하지만 각인되지 않는다.
죽음조차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한 생의 서사는 부고 한 줄로 요약되고
곁을 지키던 이들은 하나둘 물러선다.
‘살았다‘와 ’죽었다‘ 사이에서
모든 문장이 사라졌다.
거울 앞에서 나는 묻는다.
이 얼굴이 써 내려간 이야기는 무엇이고
누가 그 이야기를 기억해 줄 것인가.
그러나 거울은 순간만을 보여줄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