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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Aug 07. 2020

인스타그램 울렁증은 나뿐인가요

뉴프레임마이라이프 시즌2. 인생은 에잇볼




어느 날 갑자기,
인스타그램 입스(YIPS)


나는 SNS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대단한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는 게 정말 좋았다. 시대를 따라 싸이월드를 거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첩처럼 채워가던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나의 변심에 차츰차츰 포스팅이 줄어들다가 결국 내 인스타그램은 약 한 달째 멈춰있다. 괜한 의무감에 뭐라도 하나 올려보려고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점 하나도 찍어 올릴 수가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주 예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입스' 상태가 된 야구선수의 진료 장면. 입스(YIPS)는 불안 증상의 하나다. 이 괴랄한 상태에 빠지면, 원래 잘하던 걸 갑자기 못하게 된다. 야구선수가 갑자기 공을 못 던지게 되고, 의사는 수술 능력을 상실한다. 미용사는 머리를 자르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별안간 인스타그램을 못하게 되고-



세상에, 인스타그램 입스도 있단 말이야? 영문을 모른 채로 나는 마음만 앓으며,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켰다 바로 꺼버리기 일쑤인 상황에 갇혀있다.



과연 내가 사람들
마음에 들 수 있을까


비자발적 인스타그램 거부 상태가 남들이 말하는 인태기(인스타그램 권태기의 줄임말) 아니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너무 중요한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시시콜콜 친구들과 추억을 공유하던 장에서 비즈니스 영역으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유명인도 아니고, 유명인을 친구로 두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남을 즐겁게 하는 끼가 있거나 외모가 만인을 사로잡을 만큼 특출 나지도 않은 내가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서 맨 손으로 뉴프레임코웍스라는 캠페인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SNS 덕분이다. 이 드넓은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소위 말하는 빽도, 큰 자본도 없는 내게 인스타그램은 하늘에서 준 마이크였다.



단, 그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 내 계정이 인기를 얻고, 사람들로부터 좋아요든 라이크든 관심을 듬뿍 받아야 했다. 내 목소리를 궁금해하고 들어줄 사람들이 있을 때, 비로소 뉴프레임코웍스라는 이름으로 풀어놓는 이야기에도 의미라는 것이 생기는 거니까.



인스타그램이 싫어진 건 부담감 때문이었다. 과연 내가 사람들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이 부담감은 나를 꼼짝 못 하게 옳아 매고, 급기야 두려움까지 줬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난 그땐 어떤 이야기를 해봐야 하지- 인스타그램에는 잘못이 없었다. 나는 그저 너무 애를 쓰다가, 눈치 보고 주눅들며 말하는데 나동그라져버린 것일 뿐.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일을 하는데 정말 중요한 인스타그램을 피해 도망만 다니던 어느 날, 서점에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되었다.



'이거였구나-'



탄식과 함께- 그 제목 한 줄에 맥이 풀리고, 원망만 했던 내 상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이 말하듯, 인스타그램은 환상을 넘어 환각에 가까운 세상이다. 세상에는 희망과 환상의 질량만큼, 절망과 현실의 무게도 동시에 존재한다. 마치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결정하는 까만색 8번 당구공, '에잇볼'처럼-



누구나 말하지 못한 절망이 있고, 삼켜야만 했던 진심을 안고 산다. 내게 인스타그램만큼이나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과의 사소하고도 따듯한 대화였음을 다시 깨닫는다. 우리에게는 늘 화려한 환상만큼의 절망의 출구가, 또 진심의 토로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뉴프레임마이라이프


뉴프레임마이라이프는 평생 직업이 회사원일 줄 알았던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한 기회에 회사를 그만두고, 저만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느낀 점들의 기록입니다. 숫자 8은 많은 문화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상징해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뉴프레임코웍스의 시그니처 넘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구게임에서도 새 게임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이번 게임을 종료하는 에잇볼을 쳐야 하나 봐요.



인생은 진행 중인데, 우리는 어디서 솟았을지 모를 압박에 자꾸 결론을 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투박한 글 솜씨지만, 이번 시즌에는 삶이란 우연의 연속이며, 모든 것은 하나의 고정관념이 아닌, 서로 다른 양면이 존재함에 대해 제가 느낀 것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즌2 '인생은 에잇볼'로 돌아와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또한 뉴프레임마이라이프를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셨던 몇몇 분들께 심심한 감사인사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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