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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과 학생 Jun 23. 2019

용서

잘못으로부터 자유를 주는 의미

용서란 나이에 따라서 의미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유치원 때는 사과하면 무조건 받아주었고
학교 다닐 때는 용서를 비는 친구를 위해 받아주었고
성인이 돼서는 나 자신을 위해 그를 용서했다.


용서는 어떠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서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거나 또는 벌을 주거나 의무나 빚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자유를 주는 것과 같다.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든 용서를 하는 순간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더 이상 현재일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기억이라는 것을 갖고 있고 양심 또는 윤리적인 부분은 누구에게나 갖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누구를 용서한다고 해도 내가 갖고 있는 과거의 기억은 나를 또다시 괴롭히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내가 누구에게 용서를 빈다고 해도 그리고 받아준다 하더라도 나는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죄책감이 씻겨지지는 않는다.


어떠한 잘못이 존재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은 '용서를 비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 잘못을 인정하며 편하게 해주고 싶지만 사실 이 말은 불편한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사죄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의미 중 무엇도 포함돼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죄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사과한다고 말하면 그것을 꼭 받아줘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기한 것은 반대로 사과받는 입장에서 그 사과를 받아주지 못한다면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사죄하는 입장에서는 화를 분출하기도 하고 또는 더욱 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른 상황과 비교해서 설명해보자면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사람에게 고백할 때, 고백을 받는 입장에서 거절하는 의미로 미안하다고 한다. 이 심리는 나에게 호감을 주고 표현해주었는데 내가 그것을 받지 못하기에, 그와 같은 호감을 돌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여기서는 고백을 받는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용서도 같은 논리다.


관계에 있어서 항상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마음만 보고 얘기했을 경우 그 마음이 가까워지면 고백을 할 때 받아줄 수도 있지만 그 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거절을 할 수도 있다. 용서도 마찬가지다.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졌지만 사과를 했을 때 그 사죄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은 이번 주제에 크지 포함되진 않지만 보통은 일상에서 충분히 그리고 많이 겪는 상황이다. 용서를 빌 때 그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나의 잘못을 설명하고 인정하며 그 마음을 헤아려보려 한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용서만 놓고 본다면 용서를 받지 못하는 사람과 받아주지 못하는 사람 이 둘은 잘못이 없다. 단지 예전처럼 가까워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문장에 "성인이 돼서는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한다" 했는데 이것은 미워하는 사람 때문에 나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을 내려놓기 위함이다. 물론 나도 상처를 받았을 때는 그 사람을 미워하고 탓하고 욕하며 나 자신을 달래 보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행위는 내게 약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독약과 같다. 증오심은 결국 큰 증오심을 낳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아무리 증오심이 타인에게로부터 다가왔다고 할지라고 내 마음에 기름을 부어 불을 키우는 일은 대부분 본인 스스로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못을 한 타인을 용서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사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고 내가 받은 상처를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받아들이수 없다 용서를 못 하든 안 하든 상관이 없다. 내가 입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단지 그 사람을 미워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 사람을 탓하고 싶은 마음으로 내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서 또한 타인을 위해 받아주는 것도 맞지만 나를 위해 타인을 용서하는 것도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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