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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Jun 26. 2022

도착 지점엔 정말 내가 있을까?

퇴사 후 캐나다 유학 1년의  짧은 소회.


또 하나의 여름 학기가 끝났다.

그리고 숨을 돌리고 동네인근으로

 다시 산책을 나가본다.


이곳 밴쿠버는 여름이 되면 인근 공원만 나가도 숨이 멎을 것 같다.  


유학생에게는

 학기 중의 밴쿠버와 방학 때의 밴쿠버는 정말 다른 것 같다.  




지난 학기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친교활동이 줄어들면서 심리적인,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유독많았다.


그 순간을 지나온 지금 나의 시각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도 질풍노도의 이들에게는 너무 버거울 수 있는 학업, 사랑, 진로 등등의 고민들이 있다.


지난 학기는

 버거운 순간들을 옆에서 지커보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했던 학기였다. 모든 시련 현재에서 가장 힘드니까..


그렇게 학기가 끝나고

언어와 문화의 다양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보내준  뭉클한 감사의 글들을 보면 공감하고자 했던 마음이 조금은 이들에게 닿았던 것 같기도 해서 다행이다 싶다. 존댓말이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이들이 삶을  더욱 가가이에서 느낄 수 잇는 것은 뜻하지 않는 선물인 것 같다.



사실, 이번 학기는 시간이 좀 남아서 청강이나 하면서 쉬려는 마음이 강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여름이 눈부시다보니, 그리고 여름학기 개설 강의도 많지 않다 보니  박사과정이라고 해도 이 시기는 조금 설렁설렁 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 청강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매주 논문 9개를 읽고 4시간 동안 토론하는 정말 새로운 초식의 충격적  수업이었다.


더구나 수강생이 나를 포함해서 2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는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덕분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진기한 고통체험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헣게  지나고 보니 그 신박한  고통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다보니 주변 지인들은 주로 네 가지 주제로 대화를 한다.


집, 차, 자녀교육, 골프.


모두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나는 시간이 갈수록 나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다가서는 삶을 살고 싶다.  


밤새워  영화를 봤던 그 녀석을

누군가에 마음 설레던 그 녀석을

수없이 실패를 반복했던  녀석을

많이 무너져도 꿈이 있던   녀석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이들을 보면

국적과 민족과 인종이 달라도

이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나는 운이 좋아서 많이 누리며 여기까지 왔지만, 


내가 보는 이 어린 학생들이 부디 사회에서 상처를 너무 받지 않고, 너무 변해버리지 않고, 잘 버텨내며

살아냈으면 좋겠다.



내일 시애틀을 거쳐 잠시 한국으로 간다.


이걸 휴가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나는 지금 어느 사회에 속한 건지,


한국의 맥락을 갖고 영미권 아카데미아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지,


또, 내가 도달하는 지점에 정말 내가 있을 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한국에 있게 되는 여름 동안은 적어도 이 하늘을 그리워 할 것 같다. 고맙다 이 모든 순간과 혼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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