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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May 29. 2023

처음 참가해본 해외 학회

캐나다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삶의 도전과 선택

세계를 돌며 1년에 한번 열리는 메이저 커뮤니케이션 연구 학회가 열린 토론토에 발표자로 왔다.


예전에 영국학교 진학을 위한 영어시험(IELTS)을 치를 때, '2분 말하기'에도 좌절하곤 했는데 이 넓은 공간에서 세계 곳곳에서 온 연구자들 앞에서 15분을 설명한다는게 가능한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무한도전의 현실판 같은 이 상황이 웃기기까지한데,

지금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6천개가 넘게 제출된 논문 가운데서 선정되어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에도 감사할 뿐이다.


그 성장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돌아보면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납작한 스포츠카를 살 수 있었을 것이고,

더 넓은 평수의 집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고,

준 프로에 도달할 수 있는 골프 수준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토론토


그 것들을 포기하고,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세상을 보게 되고,

외국어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직도 갈등이 되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분명 이 것이 내가 청년 시절에 가졌던 이상에는 가깝다.


토론토 harbor center 풍경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관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본이 지배 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나 철학, 꿈과 같은 말들이 경제적 이득과 이해관계를 위해 포장되어 사용 되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내가 하는 사회과학 분야의 커뮤니케이션 비판적 연구는 한국에서 소위 말해 돈이 되지 않는 연구이다.

인구절벽과 함께, 소위 돈이 되지 않을 연구에 많은 사회적 지원이 있을 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의사와 변호사만 남는다면 얼마나 재미없을 것이며,


전문가가 아니라, 언변과 자극적인 말들에 능숙한 유튜버들만 남는다면 얼마나 반목하고 삭막한 사회가 될까?


학회가 열리는 호텔 로비


유튜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언변에 능한 사람들이, 전문 분야도 아닌 영역까지

능숙하게 진단과 처방을 하고 있는 모습은 우려가 된다.


세계에서 4천여명이 왔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세션 이외에도 수많은 인맥쌓기가 이루어지는 국제학회.


간간히 보이는 한인 해외 연구자들도 반갑지만,

지식의 생산을 압도하는 미국의 파워와, 매 세션마다 볼 수 있는 중국 연구자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학회 풍경


한국 정도의 경제력과 극적으로 축적한 근현대사 역사의 힘이라면,


한류가 기업 마케팅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브랜딩의 도구가 아니라,

세계 지식 생산의 장에서

지식을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나라의 에너지가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인재들이 넘쳐나는 데도,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을 하는 정치의 후진성과,

잘먹고 사는 담론으로 이어지는 교육적 환경과

분야별 경제적 불평등 같은 여러 요소들이 얽혀가며,


이 자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해야 하는 젊은 친구들을

취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그래서 집을 사겠냐는 이유로,

그래서 결혼이나 하겠냐는 이유로,

인문사회 과학 밖으로

몰아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과정이 오래된다면,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더욱 더 둔감할 것이고,

전문가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지식보다는 말이 뛰어난 사람들 일 수 밖에 없다.


그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야 하는 것이,

전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의 역할이고,

이들이 자라는 토양을 제공하는 기성세대들의 역할일 것이다.


학회에서의 네트워킹 문화

봉준호 감독이 보여준 현실 사회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세계인들에게 어필을 했다면,

실사판으로 한국의 연구자들이 세계의 주류에서 학문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윤택한 삶을 위한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스펙쌓기의 장으로서의 학회가 아니라,

세계 학문을 주도하는 찐의 한국 청년들을 보고 싶다.


학업이 여행의 일부가 된

첫 경험의 토론토.

20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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