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주어온 운동화 옆에 놓인 내 새 나이키 운동화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어릴 때부터 꾸미는 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에 필요에 의해 옷을 사거나 그 당시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사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게 쇼핑은 하기 싫은 숙제와도 같다.
나와는 달리 사람들은 꾸미는데 관심이 많았고 누구도 나의 패션을 지적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비교가 되기에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고 다니지 않을 수 없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의 출퇴근 길을 함께 해주었던 운동화가 살짝 부끄럽게 느껴졌던 날.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좀 더 신경을 쓰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퇴근길에 부랴부랴 마감시간 직전의 쇼핑몰에 갔다.
무언가를 사는 게 즐거워야 이곳저곳 들러서 구경을 했을 텐데 내게 쇼핑은 늘 의무감에 가까웠고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거리는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 기가 빨렸다.
그래서 사실 새것이기만 하다면 뭐든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쇼핑몰에 도착하자마자 나이키 매장으로 직행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그러면서도 남들이 다 아는 브랜드.
이 이유만으로 나는 곧장 나이키에 들어가 가장 무난해 보이는 검은색 운동화와 흰색 운동화 두 켤레를 골라 바로 결재하고 쇼핑몰에서 나왔다.
사회 초년생 때였다면 가격 때문이라도 이 쇼핑몰의 모든 신발가게를 들러서 상품과 가격을 비교하고 여러 번 고민하고 나서 구매를 했을 텐데...
나이키가 좋아서도, 신발이 낡아서도 아닌 남들 다 신는 신발을 사야 돼 가 목적이었던 숙제 같던 쇼핑을 끝냈다. 쇼핑이라기보다 숙제를 끝낸 기분에 더 가까웠던 쇼핑이어서인지 하나도 신나지 않고 오히려 씁쓸한 기분으로 집 돌아왔다.
조카 생일을 축하하러 어제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언니네 집에 갔다.
지방에 사는 부모님은 어제 언니네 집에 미리 와 계셨는데 언니 집에 도착하니 엄마만 있고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도착해서 한참 생일 상 차리기를 돕고 있을 때 아빠가 돌아왔고 아빠의 손에는 주황색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가 들려 있었다.
운동 겸 산책할 겸 해서 아파트 주변을 돌았는데 쓰레기장에 누가 멀쩡한 신발을 버려 놨다고...
신어보니 마침 사이즈도 딱이라서 주워왔다고 아이처럼 환히 웃으며 아빠는 어제 새로 산 내 나이키 신발 옆에 주어온 주황색 나이키 운동화를 내려놓았다.
누가 버린 신발을 주어온 아빠가 부끄럽기보다 그 옆에 나란히 놓인 나의 새 나이키 운동화가 부끄러웠다.
아빠는 지금처럼 평생을 가족을 위해, 자식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게 해 주기 위해 저렇게 아끼고 절약하며 살았겠지...
새삼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 아빠가 저렇게 아끼고 희생하며 산 혜택을 내가 공으로 받아먹고 살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남 눈치 보느라 아무렇지 않게 비싼 신발을 턱턱 샀던 어제의 내가 몹시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