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온 Oct 15. 2021

불면일기(不眠日記)

21.10.15 두번째

어제 <지은,기운,지운>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업로드했다. 장장 4월에 시작하기로 한 소설 연재를 미루고 미루다 겨우 연재를 시작하고, 시작한 뒤에도 퇴고가 계속 되어 10월의 중순에 끝을 맞이했다.


지은기운지운, 지기지의 시작은

(아마도) 20년 연초 겨울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내 옆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는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있었는데, 음량을 키운 채 노래를 듣고 있어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누가 나에게 말을 건다면, 근데 그 말을 건 사람이 앞으로 오랜 시간을 공유하게 될 사람이고 그렇게 하나의 인연이 시작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지은과 기운이 만났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한 버스에서 소설을 이룬 토막글들이 메모장에 기록되었다. 지은과 기운,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지운이의 세계를 상상하는 동안은 나도 타인의 시선에 둔감해졌고 오롯이 나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최선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한 온도를 가진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지기지는 손이 가는 대로 써서 일까, 이렇게 이 글을 쓰며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구나 싶기도 하다. 사실 연재하면서 글 쓰는 사람은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이 생각을 많이 했다. 지은 기운 지운이에 대해 생각하는건 즐거웠는데, 이걸 글로 옮기는 건 너무나 어려웠다.


원래 지은의 시점으로 일기처럼 썼던 시작을 거쳐,


막학기에 창작 수업을 통해 받았던 피드백을 통과하고,



여섯번에 걸쳐 아트인사이트에 올렸다.


지은이와 기운이와 지운이의 이야기를 대부분 밤에서 새벽 사이에 썼으니, 꿈에서 한 번쯤은 어렴풋이 만날 줄 알았는데 오랜 시간동안 그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은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지기지는 수업에서 한 번, 아트인사이트에서 한 번 어찌 보면 두 번의 끝을 맺었다. 어제 마지막 장을 올리고 나면 엄청 후련한 마음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왜?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는데 내 안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조금은 징글징글한 창조주같기도…). 언제금 다시 꺼내어보지 않을까.


어떤 것이든 ‘끝’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은 더욱 그렇다. 끝의 선언은 용감하고 멋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아직 난 내 글에게 끝을 선언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한 사람이 못되었다.


결국 지기지의 두번째 끝을 맞이하여 정리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글은 지기지를 영원히 놓지 못할 못난 이야기 주인의 미련이 흘러넘치는 글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당분간은 그들을 그들의 세계에 살도록 내버려두고, 나는 나의 삶을 찾아올 생각이다.

언제 또 어느 순간에 문득 그들에 대해 생각이 나면 메모장에 들어가 새로운 문장들을 적어가겠지.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56296#link_guide_20140822004535_4171



새벽에 문장을 적어내려가면 의식의 흐름대로, 내멋대로 쓸 수 밖에 없어서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적어내린 문장들이 가장 솔직한, 꾸미지 않은 진심이지 않을까. 이걸 나중에 꼭 낮에 다시 읽어보기로 결심한다. 낮의 나는 과연 밤의 나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을지.



아무튼, 오늘의 추천곡.

https://soundcloud.app.goo.gl/MR1ieFLAEFEoYKDw5

돌고래와 편지를 주고받는 상상=행복 치트키







작가의 이전글 불면일기(不眠日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