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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Oct 25. 2021

불면일기(不眠日記)

다섯번째 21.10.25

한 번의 실패라 적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했던 지난 며칠동안 슬픔을 달래기 위해 잠으로 도피했다.


어릴 적부터 내게 잠을 깊이 자는 일이란 밖에서 모두  써버린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가장 빠른 충전 방법이었다. 누군가와 만나서 시간을 오래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속절없이 잠에 빠져 들었고, 특히 무언가 갈등이 생기면  날 밤에는 누워서 머리로  생각을 하다가 금세 잠이 들었다.

나를 위해 혹은 나로 인해서 운 적이 거의 없는 나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주로 잠을 잤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상하게도 잠을  이루지 못했던 지난 날들은  생각보다 훨씬  행복한 상태였을 거라는 결론이 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에 잠 못이룬다는데 이렇게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계속 자고, 일어난 동안에는 계속 움직였던  며칠 밤에는 잘자고 낮에는 활동적이었던 정상적인 루틴 속에서 정신은 전혀 맑지 못했다. 머리는 계속 오랜만의 좌절을 이겨내기 위해 굴러갔고, 최선을 다해 다른 생각을 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튼, 잠을 잘 자고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월요일 새벽이다.


차라리 불면의 밤을 그리워하게 되다니, 사람은 여러모로 언제나 대체로 모순적이다.


*


나와 비슷한  같지만 다른 친구들은 이런저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번의 만남에 대충 100번의 10 토론이 벌어지는데(물론 10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나는 주로 친구들이 꺼내는 주제에 대해 혼자 생각하고 주로 이들 사이에서 사회자가 되는 기분으로 그들의 말을 듣는다.

오늘도 그렇게 친구들의 말을 듣는데, 세상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많고 세심하고 예민한 태도를 가진 -그래서 그렇게 관심을  모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있는  (아무리 친구들이 세상에 환멸났다는 식으로 말해도)애정하는 것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상이라는 육지에  붙이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들이 있구나,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해하는 것들을 싫어하고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좋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했다.


동시에 나는 발을 딛고 있는데 허공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불쑥 찾아온 감정은 나를 가운데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온기에 조금은 옅어졌다. 그리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집에 돌아와 잠깐 잠에 들었다 일어났다.


*


하루하루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크고작게 나에게 달라붙는다. 부피가 큰 일들은 자주 겪지는 않지만, 이렇게 한 번 겪고 나면 어떤 식으로는 나를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실패와 탈락 앞에서 나를 의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또 다시 일주일은 시작되었다. 지난 주 이 시간대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일어나고 나면, 새로운 생각을 잘 품고 잘 나아가기 위해 또 발걸음을 떼어야지.


그리고, 세상의 허공이 아니라 육지에 발 딛기 위하여 좋아하는 것을 오래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것을 괴롭히는 것들을 싫어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신재평님(사실 평소엔 재평아저씨라고 부르지만 나를 모르는 연예인을 이름으로 턱턱 부르는건 언제나 큰 실례를 범하고 있는 기분이다)이 올려준 글의 일부.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나는 요즘에서야 종종 눈을 감고 수많은 별 사이를 지나고 밝은 달이 비추는 어느 미래의 순간을 상상해본다.


그렇게 상상하는 일 또한 내가 밟고 있는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일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마지막 오늘의 추천곡

https://soundcloud.app.goo.gl/kdvthUey6NjP2Zi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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