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는 것이 원래 취미입니다만.
신혼생활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항상 둘이 있던 일을 적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결혼하고 나서도 이따금씩은 혼자 노는 나의 일상이다.
나는 싱글일 때도 혼자서 잘 노는 아이였다. 혼밥은 뷔페와 고깃집 레벨까진 못돼도 웬만한 밥집들은 클리어한 지 오래고, 쇼핑을 즐기는 것도 혼자가 편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재밌는 혼자놀이는 카페 탐방이었다.
결혼 후라고 별다르지 않은, 혼자 카페를 가는 일상을 기억하며 한 자 한 자 적어본다. 나는 카페에서 혼자 무얼 하는지.
예를 들면 그런 거다. 눈은 초점 없이 무얼 바라보는지 알 수 없지만 속으로는 별 생각을 다하는 것. '지난번에 왔을 땐 점박이 강아지가 있었는데 오늘은 없네' '새로운 느낌의 향이 나는 커피야'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어서인지 배가 금방 꺼졌어 저녁으로는 돼지곱창에 소주로 거나하게 취해볼까' 그냥 모든 것들을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일이다. 이게 '아무거나' 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않으면 뭐란 말임. 심지어는 우주만물의 걱정 근심을 혼자서 해보기도 하는 걸.
정확히 말하면 카페 주인과 친해져 직장 상사 험담하기. 낯가림이 있는 편이지만 골목골목의 작은 카페들을 자주 돌아다니다 보면 카페의 주인 언니와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오늘은 어떤 케이크가 맛있는지 추천을 받기도 하고 또 그러다 보면 어제 남자친구와 뭐 먹을지를 얘기하다가 다툰 사실을 듣기도 한다. 맥락 없는 전개일 순 있지만 잘 모르던 이와 어느새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져 나의 직장 상사 험담까지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상사 험담은 왠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해야 제일 재밌더라고.
사실 나는 책 읽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서지원비가 있는 회사로 이직하면서 조금 독서량이 늘었지만 1-2년 전만 해도 일 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가뭄에 콩나기도 힘든 독서량이었지. (만화책은 빼고). 몸에 배어있지 않아서인지 독서 습관도 별로다. 웬만한 독서는 에세이나 여행책 정도. 그래서 책을 읽는다 하기는 뭐하고 책을 들고 가서 한 20페이지 슥슥 읽고 덮는다. 그 정도면 읽는 척 정도라고 표현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도 아이패드로 낙서하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기, 온라인 쇼핑하기 등 하는 일은 너무 많다. 다른 곳에서도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카페에서 하면 더 재밌다.
결혼 후 혼자 있는 시간들을 들여다보니 결혼 전의 나와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을까. 사실상 혼자만의 그 시간들을 보면 (가령 혼자 카페에 앉아하는 생각들을 보면) 나라는 사람은 참 변함이 없다. 시간이 나면 저기 마음속 한 구석 끝에 티끌 같은 고민도 끄집어내어 심각히 생각하는 것 마저도.
뭔가 이상한 의식의 흐름일 순 있지만 가끔 결혼을 통해 나의 본질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있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준다거나, 나의 괴팍한 성격이 이 사람으로 인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뭐 그런 거. 물론 결혼 후 나의 삶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며 조금씩 변했지만은 혼자 있는 시간의 나 자신은 여전히 그대로이기도 하다. 근데 결혼 얘기할 것처럼 시작해서 카페에서 혼자 노는 것에 대해 주절거리더니,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말하지 않았는가. 카페에서 하는 일 1번. 멍은 때리지만 생각 중이라고 딴생각.
그렇다. 나는 지금 카페에 앉아 홀로 생각 중이다. 우주만물의 쓸데없는 그런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