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둘째 출산기
며칠 전 유퀴즈에 구글 수석 디자이너가 나왔다. 다들 그녀에게 구글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해준 얘기는 미국 실리콘벨리에 있는 사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닌 구글 본사에 다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도 둘째 아이를 달래며 그 이야기를 무심코 듣고 있었다.
나는 육아를 하며 무심코 듣다가 그녀의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마도 그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치열하게 많은 고민과 좌절을 한 것 같았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100%는 아니였겠지만, 대부분 공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분기마다 동료평가를 실시하는 구글에서 많은 불안과 자존감이 하락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료평가를 앞둔 어느날 어떤 용기에선지 구글의 전 직원에게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불행하게 사는 것이라고 개구리인것도 괜찮다고 너는 너로서 이번에도 참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해주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매일 아이를 보며 불안해하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는 꼭 나에게 지금은 아기를 봐도 괜찮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요즘 복직을 앞두고 불안감이 많았다. 실무를 3개월 가까이 손때고 있었고 회사 사정도 3개월 가까이 모르고 있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 투두 리스트를 작성하고 사회에 무슨 일이 있는지 요즘 트렌드는 어떠한지 분석하는 스터디를 하지도 않은지 3개월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출근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 숙제와 아침밥을 먹이고 등원 준비를 시켜야 한다. 그 사이에 둘째가 울면 달래고 우유를 먹이고 응아를 싸면 기저귀도 갈아줘야 한다. 그렇게 폭풍 같은 오전이 지나가면 그때부턴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된다. 아이 하원 시간 전까지 각종 빨래며 젖병이며 청소를 해야 한다. 하원 시간은 뭐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잠깐 외출을 해도 하원 시간 전에 돌아와야 아이를 픽업할 수 있다.
아이가 돌아오면 저녁밥을 준비해야 한다.
저녁밥을 먹이면 남편 퇴근 시간이 되고 남편이 오면 저녁밥을 또 차린다. 그렇게 남편이 저녁을 다 먹으면 목욕시간이 돌아온다. 더 놀겠다 목욕 이따 하겠다는 아들을 달래고 또 달래서 목욕탕에 넣어두면 이번엔 또 안 나오겠다고 난리다. 애들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 아이를 화도 냈다가 회유도 하며 겨우 욕조에서 끄집어내어 로션까지 바르면 벌써 취침시간이 된다. 빨리 쟤우고 밥을 즐기겠다던 우리 부부는 아홉 사 취침시간에 아이와 함께 뻗어버린다.
매일 이런 하루가 감사하다가도 불안하다.
출산휴가 처음에는 평일에 카페 가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하는 꿈을 꿨었다. 가끔은 책도 읽는 그런 멋진 생각도 잠시 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생활은 ‘내가 우물 안에 개구리가 되진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줬다. 우물 밖은 넓고 살벌한데 나만 계속 도태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고 더 이상 사회에 나가서 싸울 힘 조차 없게 느껴진다. 가끔은 회사에 일찍 나가게 되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아이와 깊이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꿈꿔왔는데 막상 하게 되니 불안하다.
하지만, 그녀는 우물 안의 개구리여도 괜찮다고 한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큰 행복을 느낀다면 이 시간이 다신 못 올 자식과 함께할 수 있는 인생에 단 한 번의 순간이라면 우물 안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개구리여서 나는 행복하다. 우물 안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 개구리여서 나는 행복하다. 복직하면 또 나는 그 생활에 온전히 집중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을 알기에 지금의 시간을 잘 즐길 수 있는 개구리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