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둘째 출산기
맘카페를 보다가 문득 29주에 조산기로 걱정하는 예비맘의 글을 보았다.
그 글에는 이웃 엄마들의 조산 경험과 그 아이들이 잘 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의 댓글들이 우수수 달렸다. 그중 내 눈에 들어온 건, 37주에 아이를 조산했는데 결국 그 아이를 하루 만에 하늘나라에 보내게 되었다는 경험 글이 눈에 띄었다. 우리 둘째도 37주에 조금은 이르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첫째는 40주를 꼬박 채우고도 안 태어나서 41주 6일 차에 유도로 나았는데, 둘째는 임신 중 무리를 해서인지 37주에 양수가 터져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2.78kg으로 건강히 태어났다.
2.78kg으로 비교적 작게 태어난 아이는 근소한 차이로 인큐에 들어가지 않았고, 배고파도 잘 울지도 못하던 아이는 2주 차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먹방을 선보이며 무럭무럭 자랐다. 백일을 일주일 앞둔 지금 아이는 상위 87%의 체중을 자랑하며, 미슐렝 팔과 다리를 자랑하고 있다. 가끔 딸이지만 장군(??)같이 보일 때가 있으며,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볼살 덕에 목을 본지가(?!) 오래다. 태어났을 때만 해도 비교적 늦게 태어난 오빠의 어렸을 적 모습보다 여리여리했던 둘째는 지금 오빠 백일 때 모습보다 훨씬 우람한 모습으로 백일을 맞이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당연해 보이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범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아이가 제때 생기고 아무 이벤트 없이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무사히 태어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그 흔한 임신중독이나 당뇨도 없이 입덫도 크게 겪지 않고 세상에 나와줬다. 모두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결코 당연하게 생기는 일들이 아니며,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어른들이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만 무사히 자라다오.’라는 하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다. 한 아이의 인생을 무탈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수히 많은 부모의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아이의 백일을 앞둔 지금, 무탈하게 자라준 아이에게 감사하다.
백일 동안, 건강하게 자라준 딸에게 너무 감사함을 느낀다.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감사하다. 이 어린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냈을 것이며, 태어날 때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과 고통을 느꼈을 것인지 차마 짐작도 할 수 없다. 조그마한 아이가 혼자서 말도 못 하고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준 것이 참 감사한 하루이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자라줘.
백일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