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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Aug 01. 2023

상대적 행복감.

오늘도 겨우 살아가는 그대에게

'상대적 행복감'이라는 단어는 어찌보면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나보다 더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위로받는 사람들에겐 그만한 위로가 없다.


7말8초...

거창한 사자성어를 나타내는 말 같지만, 이 시기에 아이를 원 혹은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모두 이해하는 단어이다. 기관이나 학원은 다같이 약속이나 한듯이 7월 말, 8월 초가 되면 방학을 한다. 아이가 학교로 가면 이미 7월 중순에 방학을 시작해 8월 말까지의 시간을 해결해야 한다. 회사는 방학이 따로 없지만 학교는 부지런히 방학이 있다. 특히, 7말8초는 전국 공식 여름휴가 시즌이라 어디든 가격이 비싸고 사람도 많다. 싱글일때는 '왜 이런기간에 굳이 놀러갈까?'라는 의구심을 품었지만, 아이가 생겨보니 비싸고 사람 많은 걸 알지만, 가격에 맞춰 휴가기간을 설정하는건 엄청난 사치라는 것도 동시에 깨달았다. 어차피 방학인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든 가지 않으면, 그 기간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지난 현충일을 낀 샌드위치 연휴 때 600명이 넘는 전교생 중에 단 5명만 돌봄교실을 이용했다고 한다. 아이는 전교 1학년 중, 본인만 학교에 왔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속상했고, 나는 그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학교 재량 휴업에 맞춰 휴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놀랐다. 그래서 이번 방학때도 돌봄교실에 아무도 오지 않을까봐 무척이나 걱정하며 아이를 보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꽤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도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도 돌봄에서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4시까지 머무는 아이를 보며,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머무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그 부모의 마음이 걱정되면서도 내 아이를 방치한다는 죄책감을 조금이 나마 덜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육아를 하며, 이런 상황을 참 많이 겪는다.

워킹맘으로서 내 아이에게 못해주는 죄책감을 다른 아이를 보며 안도하곤 한다. 상대적 안정감이랄까?


얼마 전, 친한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언니는 최근 사춘기를 접어든 아이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았다. 한 아이는 선생님과의 트러블로 둘째 아이는 교우와의 트러블로 꽤나 많은 고민이 있는 모양이었다.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도 특별히 뛰어나게 영재도 아닌 것도 고민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아이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문과인지 이과인지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걱정이고 옆집 아이는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하는데, 이를 도전조차 할 생각이 없는 아이를 보면 화부터 난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언니는 '금쪽같은 내세끼'를 챙겨본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저 부모는 얼마나 걱정될까? 얼마나 속상할까?'를 생각하면서 본인도 치유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본인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본인의 아이들이 대단해보이기 까지 한다고 했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정말 새로운 나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평생 모범생으로만 살아왔던 나는 항상 마음 먹은 건 다 해내곤 했다. 그래서인지 공부도 일도 마음만 먹으면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다른건 노력 때문이라 단정지었었다. 하지만, 육아는 노력만으로만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내가 아닌 나 자신만큼 소중한 한 생명을 올바른 사람구실하는 성인으로 자라게 한다는 건 단순히 나 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이를 아이가 하도록 유도한다고 해도 그 아이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 내 마음 같지 않다.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런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계속 마주하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포기하자는 마음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아이를 보면 '왜 내 아이는 못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를 달달 볶게 된다. '아이가 땅콩도 아닌데 왜 구수하게 볶으려고 하나?'라고 물어본다면 할말은 없다.


육아를 하면서 상대적 행복감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미 다른 많은 남의 아이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다른 아이 소식을 엄마들 단톡방에서 듣고 내 아이에게 할 잔소리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을 위로해줄 상대적 행복감도 함께 찾고 있다. 그래야 내 마음적 안정감도 함께 느끼는 동시에 아이에게도 더 관대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감정적으로나마 위로받기 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내 부모님도 나와 같이 상대적 행복감을 찾아 다녔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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